경상대, 장서 180만권 달성 ‘성큼’…글로벌 대학 가시화

1년간 도서 4만권 기증…장원철·심기환·故 손학모 교수
2020년 180만권 수집운동 총력…가시적 성과 나타나
기증문고 설치 7만권 소장 ‘동아시아학술자료실’ 개관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풍부한

  • 입력 2015.02.22 14:11
  • 기자명 /정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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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경상대학교(GNU·총장 권순기)는 지난 1년간 도서 4만권을 기증받고 현재 140만권을 소장 중에 있다.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풍부한 장서가 필수라고 강조해왔던 허권수 도서관장의 뜨거운 열정과 기증자들의 후학양성 정신이 더해졌기에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이에 본지는 최근 기증자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그들을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경상대학교 도서관(관장 허권수 한문학과 교수)은 지난 17일 오전 11시 도서 기증자 심기환 경상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장원철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고 손학모 경상대학교 교수의 부인 배청자 여사를 도서관으로 초청, 도서를 기증해 준 데 대한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날 도서기증자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에는 권순기 총장을 비롯해 이전 교학부총장, 정기한 연구부총장 등 대학본부 보직자와 허권수 도서관장을 비롯해 도서관 관계자, 도서기증자, 가족 등 20여명이 참석해 도서 기증에게 감사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허권수 도서관장은 지난 2013년 12월 취임하자마자 장서 확충에 발 벗고 나섰다. 경상대학교 도서관 소장 도서는 현재 140만권이다. 경남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이다.


 허권수 관장은 “경상대학교가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이 열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풍부한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허권수 도서관장은 오는 2020년까지 장서 180만권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도서관 입구에는 도서 기증자와 발전기금 출연자 명패를 게시해 업적을 기리고, 또 경남의 명문가 후손과 지역민을 직접 찾아가 고문헌과 족보 기증을 권유하고, 재직 및 퇴임이 가까운 교수를 도서관으로 초청해 도서 기증을 적극 권유했다.


 허 관장의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재령이씨 문중, 함안조씨 문중 등으로부터 고문헌과 족보를, 지역민과 재직 및 퇴임교수로부터 4만권에 가까운 도서를 기증받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경상대학교 도서관이 1년 동안 등록하는 도서 5만4000권의 80%에 달하는 분량이다.


 도서관은 기증도서가 늘어나자 2층에 7만여권의 장서를 소장할 별도의 기증문고실을 설치했다. 아울러 도서를 기증한 사람들을 초청해 감사패를 수여하고, 기증문고실 개관식을 거행한다. 도서관 나름대로 많은 도서를 수집한 노력도 있었지만, 도서를 기증한 분의 특별한 사연도 화제다.
 

심기환 교수=40년간 모은 자료집
국내서 구하기 힘든 희귀본 다수
1천여권 기증 후 3권만 집으로…
 

 심기환 교수는 지난 1977년 경상대학교에 부임할 때부터 학회지나 전공서적을 모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매월 평균 7만~8만원어치 책을 샀다. 서울 출판사 직원이 전국을 돌면서 책을 팔 때면, 경상대 심기환 교수는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모은 책은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퇴임을 1년 앞둔 지난해 초 허권수 도서관장이 찾아왔다. 도서관 장서 수집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심기환 교수는 자신의 손때 묻은 전공서적을 도서관에 흔쾌히 기증하기로 했다. 후배 교수와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1000여권을 기증하고 나서 집으로 갖고 간 전공서적은 단 3권이다. 천연물을 분석한 시리즈는 10여년 전에 100만원을 주고 샀는데 아낌없이 기증했다.
 외국서적도 많고 국내서적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구하기 힘든 희귀본도 많다. 심기환 교수가 기증한 책들은 정가는 매겨져 있을지 몰라도 현재 가격을 측정할 수 없다. 그만큼 중요하고 귀한 책들이고, 그래서 더욱 기증의 의미가 크다.
 뿐만 아니라 심기환 교수는 구하기 힘든 오래된 학술지에서부터 대학원생이나 후배 교수들이 자주 찾을 만한 학술지는 학과 세미나실에 기증했다. 연구실에 있던 책장까지 세트로 기증했다.
 

장원철 교수=구입비만 아파트 2채
금석문 집대성 자료 국내 최초 입수
‘월남한놈명문탁편총람’ 22권 1질 등
 

 장원철 교수가 기증한 도서는 2만5000여권에 달하며, 그는 현재 한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장원철 교수는 연구실, 임대 창고 등 7군데에 나누어 도서를 소장해 왔다. 구입비만 아파트 2채에 해당한다.

 이처럼 많은 도서를 기증한 장원철 교수의 이야기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원철 교수는 1982년 대학원생 시절 당시 일본 동경에 있던 한국연구원을 방문해 서적을 열람한 일이 있다. 메이지시대 이후 주로 한국과 일본의 교류사를 중심으로 해 수집된 방대한 서적 자료를 보고 감동한 장 교수는 이후 자신도 힘이 닿는 한 그와 같은 훌륭한 장서를 만들어 보리라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장 교수가 대학원생 시절 본 한국문화원의 장서가 여러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2년 경상대학교 도서관에 기증돼 ‘춘추문고’로 됐다. 춘추문고의 기증을 너무나 기뻐한 장 교수는 이후 자신이 소장하는 서적 전부를 도서관에 기증할 결심을 했고, 더욱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의 장서를 함께 보태어 기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장원철 교수와 오랜 학문적 교류를 해오던 일본 와세다 대학 출신의 저명한 일본 사상사 및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자인 게이센죠가구엔(惠泉女學園) 대학의 사와이 게이이치 명예교수가 이러한 뜻에 호응해 일본어 장서 수천권을 기탁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당시 도서관장 황의열 교수와 상의한 결과 이에 황 교수도 책을 내놓았다. 세 사람의 기증 도서를 하나로 합쳐 우선 2만5000권을 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도서 기증이 한국과 일본의 학자가 뜻을 모아서 기본적으로 한일 교류사를 중심 분야로 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한일문고’라고 명명했다. 동시에 ‘춘추문고’를 보완하는 형태로 ‘한일문고’가 성립됨으로써 경상대학교 도서관에 방대한 규모의 동아시아 학술 문고가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기증자는 경상대학교가 한일 교류사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연구에 으뜸가는 본산이 되기를 염원하는 뜻을 ‘한일문고’라는 이름에 담은 것이다.

 장원철 교수의 도서 기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베트남 한놈연구원이 베트남 전역에 흩어져 있는 각종 금석문을 수년간에 걸쳐 집대성한 ‘월남한놈명문탁편총람’ 22권 1질을 입수해 기증했다. 이 책은 국내에서 최초로 입수된 귀중한 도서다.
 장원철 교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도서를 기증해 유수한 동아시아 관련 학술 문고의 하나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활용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기증 소감을 밝혔다.
 
故 손학모 교수=후학 양성 1만권 기증
인자한 성품 여러 지역사업 고문 활동
“경상대 기증” 유언 남기고 세상 떠나

 故 손학모 교수는 사천시 축동면 구호리에서 태어났으며, 세상을 떠난 직후 도서 1만권을 기증했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전공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2000년 8월에 정년퇴임했다.

 고성종합고등학교에 근무한 것이 인연이 돼 퇴임 후에도 고성읍에 개인 연구실을 열고 2014년 8월 작고 시까지 도서를 수집하며 후학의 학문 지도에 전념했다. 또 성품이 인자해 고성 청실회, 고성 사랑회, 고성 범 군민회 고문으로 추대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전문학교 설립 추진위원장을 맡아 고성항공고등학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경남지역 교육에도 관심이 깊어 경남지역 교육협력협의회를 구성해 제1·2기 경남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고 손학모 교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장서를 모두 경상대학교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교육계 원로이기도 한 부인 배청자 여사가 고인의 뜻에 따라 후학의 학문연구를 위해 고인이 소장하던 도서를 경상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다. 기증한 도서는 모두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 관련 도서로, 2002년에 기증된 ‘춘추문고’와 함께 ‘동아시아학술자료실’이라 명명했다.

 허권수 도서관장은 “‘한일문고’는 ‘춘추문고’와 더불어 동아시아 역사 관련 분야를 특성화한 도서다. 앞으로 경상대학교 도서관을 국내 최대의 지역학 및 동아시아학술자료실로 특성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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