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천안함과 세월호의 슬픔은 같은데

  • 입력 2015.04.20 18:58
  • 수정 2015.04.20 19:04
  • 기자명 본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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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이 폭침돼 침몰하고 46명의 생떼 같은 내 자식들이 총 한번 못 쏴보고 전사했던 지난 2010년 3월 26일 온 국민은 분노와 슬픔으로 ‘멘붕’에 빠져들었다. 순국한 그들은 호국영령이자 호국신(護國神)이 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됐고 여야와 국민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호주머니를 털어 유족들을 위로했다.

 2014년 4월 16일 승객 475명을 태우고 제주로 항해 중에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돼 몇 년 후면 국가의 동량이자 동력이 될 고교생들이 292명이나 생죽음을 당했고 현재 9명의 실종자는 시신조차 인양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 때는 주적인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표가 있었기에 국민들의 분노에는 표적을 향한 총알처럼 분노를 표출할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전사와 전복이라는 단어가 다를 뿐인데도 세월호는 아직도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방산비리로 세상이 떠들썩하고 모든 군의 장비가 제대로 된 진품인지 짝퉁인지도 모를 상황이라면 천안함도 기뢰나 잠수함을 감지하는 장비인 엉터리 군수업체들이 납품한 소나가 장착됐을 것이고 폭침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불량부품을 납품하도록 직무유기한 공직자와 그 공직자를 관리하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데도 안보를 내세워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힘을 얻었다.

 그런데도 세월호는 차고 깊은 바다 속에 선체가 1년이 넘도록 수장되어 있고 아홉 명의 내 자식들 시신이 세월호 틈새 어디에 있을 것 같은데도 유족과 국민의 슬픔을 진보로 내몰고 한 술 더 떠 세월호를 말하면 종북주의자로 몰리는 이 비정한 모순과 괴리는 누가 만드는 정치공작인가?

 내 가족이 억울하게 죽었을 때 흘리는 눈물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데도 그들을 추모하는 행진은 집시법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차단되고 물대포까지 맞아가며 소방호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 정권의 정체성은 도대체 뭔가?

 천안함이 폭침된 지 5년이 지났건만 국민들은 그날이면 조기를 걸고 영령들을 위로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망자들을 향한 애도는 유족들과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만이 그들을 위한 분향과 위로에 참여할 뿐이다. 세월호를 추념하는 모든 집회와 시위는 순수하건 정치적이건 공안기관의 감시대상이 됐기 때문에 국민들은 슬픔과 분노를 감추고 있을 뿐이지 잊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을 유족들 곁에서 슬픔에 동참하고 함께 울게 놔둬라!

 천안함이나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면 단장(斷腸)이란 말이 생각난다. 단장이란 창자가 끊어져 죽는다는 얘기다. 진나라의 환온이란 사람이 촉나라로 가던 도중 시종이 숲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 배에 승선했다. 그런데 이를 지켜 본 어미 원숭이가 백리도 넘는 삼협이란 강을 따라내려 오며 울부짖다가 죽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배를 강변에 대고 뭍으로 올라가 원숭이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겨져 죽은 것을 목격했다. 새끼나 자식을 잃은 슬픔은 미물이나 인간이나 다를 바 없다. 영장류로 자처하지만 인간도 동물 아닌가?

 이 고사가 이해가 안되면 6·25 때 인민군에 포로가 돼 끌려가던 상황을 묘사한 ‘단장의 미아리 고개’란 노래를 떠올리면 가족과 생이별하는 슬픔이 어떤 것인지 금세 이해가 갈 것이다. 세월호 침몰의 근본 원인은 낡은 중고선박에 화물을 초과 적재시킨 해당 부서 공무원들과 구조에 손발이 안 맞은 공직자들의 총체적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일인데도 정부는 국민들을 위한 눈가림으로 해경에만 타깃을 삼아 과보다 공이 큰 조직을 해체해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호의 유족들 곁에 가는 것까지 차단하고 국민들의 슬픔까지 좌파로 몰고 종북으로 매도하는 것은 죽은 내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세월호를 천안함처럼 신속히 인양하길 바란다. 정부재정이 없으면 국민성금을 천안함 때처럼 모으면 금세 해결이 될 것이다.

 필자는 중도논객이지만 세월호 선체인양을 미루는 것은 국민을 생죽음으로 몬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국가애도일이나 다름없는 세월호 침몰 1주기 날에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가는 것이 국민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취할 행동인지는 훗날 사가들이 정확한 판결을 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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