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결초보은의 약속을 벌써 잊었나?

  • 입력 2015.10.07 15:12
  • 수정 2015.10.07 15:16
  • 기자명 /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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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고사 중에서 필자가 마음에 새기는 단어 중 하나가 결초보은(結草報恩)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은혜를 꼭 갚는다는 얘기고 원전의 뜻을 풀이하면 풀을 엮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것과 또 다른 해석으론 죽어 귀신이 돼도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춘추좌씨전에 나와 있는 고사로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에 위무자 (魏武子)라는 부호가 살았는데 당시의 풍속은 여러 처첩을 거느릴 수 있었고 남편이 죽으면 처첩도 함께 생매장하는 순장(殉葬)이 사회관습이었다.

 그런데 위무자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측실이 있었는데 가장 나이도 어리고 아리따웠다. 하루는 위무자가 아들 위과(魏顆)를 불러 “내가 임종하더라도 저 아이만은 매장하지 말고 재물을 주어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라고 유언했다.

 그 후 세월이 지나 위무자가 늙고 병들어 사경에 이르자 예전의 말을 번복하고 그 처첩을 함께 순장해 달라고 위과에게 당부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위과는 부친의 마지막 유언을 무시하고 막내 처첩인 서모(庶母)에게 평생 먹고 살만한 재물을 주어 친정으로 돌려보내주었다.

 그러자 문중의 나이 든 가로들이 불효라며 나무라자 “저는 아버지가 정신이 맑을 때의 유언을 따른 것입니다. 병이 깊을 때 하시는 말씀은 온전한 정신에서 하신 말씀이 아니므로 선친께서 정신이 바를 때의 유언을 따른 것 뿐 불효라고 생각지 않습니다”라며 시시비비를 일축했다.

 그 뒤 오래지 않아 위과는 진(秦)의 환공(桓公)이 조국인 진(晉)나라를 공격하자 전쟁에 자원해 나갔는데 하필 전쟁터에서 맞닥뜨린 장수가 두회(杜回)라는 적국의 최고 명장이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피아간에 접전이 벌어질 때 적장 두회가 위과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순간 갑자기 두회가 풀뿌리에 걸려 눈앞에서 넘어지자 위과는 순간 두회를 제압해 생포할 수 있었다. 그날 전투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위과였고 그에게는 높은 벼슬과 큰 상이 내려졌다.

 그날 밤 위과가 장막에서 자는데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읍을 하며 말하길 “저는 당신께서 살려준 서모의 부친 되는 사람으로 죽은 귀신이외다. 내가 살아생전에 은혜를 갚을 길이 없더니 마침 오늘 당신이 위험에 직면할 것을 알고 풀뿌리를 묶어 놓아 적장이 넘어지도록 해 은혜를 갚은 것입니다”라고 다시 인사를 올린 후 홀연 사라졌다.

 우리는 흔히 은혜를 갚는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러나 대통령에서부터 국민의 공인이라는 사람들이 약속 이행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정치권은 국민을 볼모로 삼아 여(與)건 야(野)건 서로 기득권 싸움으로 연일 패를 갈라 혈투를 벌이고 있고 특히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의 혈전은 투견싸움처럼 전율이 느껴진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게 저 결초보은이란 고사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지고한 얘기인가? 더군다나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과 지역의 정치지도자들은 국민과 지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실천했는지 점검할 시간이 아닌가 싶다.

 때가 때이니 만큼 근래 각 지역에서는 자천 타천으로 선량후보자들이 가가호호를 누비며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서 다시 한국적 정치바이러스 병이 창궐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편을 안 들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매터도어와 사보타주에 여념이 없다. 필자도 그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다.

 내 지역의 지도자를 뽑는 권리는 신성한 주권이다. 그 주권을 침해하고 방해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어느 인사를 지지하는 것은 지지할 만한 인연이 얽혀 있기 때문이지 상대와의 친소 때문만은 아니다. 도척이라는 사람이 키우는 개가 현자를 보고도 짖는 것은 그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짖는 것이지 상대가 도둑이어서가 아니다.

 선동이나 충동, 금권이나 지연, 학연에 걸려 패거리정치에 합세한 인과응보가 오늘 우리 국민과 지역민들이 받는 인과응보인 것이다. 정치를 꽃에 비교하면 가지와 잎은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할 뿐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을 망치는 몰지각한 언동은 소중한 꽃을 꺾는 짓이다. 정치는 희생이며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지 살생과 반목의 도구가 아니다. 그래서 결초보은이란 고사가 더 가슴에 와 닿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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