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가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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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구전동화로도 유명하고 그림형제가 각색한 버전도 유명한 동화 ‘빨간 모자’.
숲속에 혼자 계시는 할머니에게 빵과 포도주를 전해주려 할머니 집으로 간 착하고 순진한 빨간모자…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할머니가 아니라 힘없는 할머니를 잡아먹고 뱃속에 넣은 채 빨간 모자까지 잡아먹으려는 늑대인데… 결국 빨간 모자도 늑대에게 뱃속에 잡아 먹히지만 지나가던 용감한 사냥꾼의 도움으로 늑대를 처치하고 할머니와 빨간모자를 구해내, 늑대를 우물에 빠뜨리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런 의문을 가졌다.
할머니를 찾아가는 순박한 빨간모자는 정말 착하디 착한 소녀였을까? 힘없이 늑대에게 잡아먹힌 할머니는 늙고 맥없는 노인이었을까? 빨간모자와 할머니를 잡아먹은 늑대는 정말 나쁜 악당이었을까? 그러면 늑대로부터 빨간모자와 할머니를 구해준 용기 있었던 사냥꾼은 터프한 용사였을까?
원작에서 착하고 힘없던 빨간 모자는 태권도 유단자에 건방지고 당돌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늙은 노인일 뿐이었던 할머니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며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멋진 신세대 노인이며, 전형적인 악역에서 벗어난 늑대는 항상 특종만을 노리고 있는 지적인 기자다. 또 늑대를 처치했던 터프한 사냥꾼은 개미 한마리 밟아 죽이지 못하는 소심쟁이다.
원작을 비틀어버리는 발칙한 상상에 한국 흥행 메이커들이 주인공의 목소리를 더빙해 더욱 흥미를 더한다.
천만관객을 동원한 ‘웰컴투 동막골’의 강혜정이 빨간모자를, 엽기적인 이미지를 마음껏 뿜어내는 김수미가 할머니, 멈추지 않는 속사포 수다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노홍철이 다람쥐 찍사를 맡아 능청스럽게 주인공들을 목소리로 연기한다.
애니는 빨간모자가 할머니집으로 방문해 늑대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늑대에게 잡아먹혀 뱃속에 있어야 할 할머니가 벽장에서 뛰쳐나오고 도끼를 든 사냥꾼이 집안으로 난입하면서 네명이 동시에 한곳에서 만나며 전개된다.
각기 다른 4인4색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마을에 감춰진 비밀까지 더해지면서 미궁에 빠져드는데…
김소민기자 tepoong@jo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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