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퇴진…전략 혹은 파격

삼성, 전략기획실 해체 등 경영쇄신안 발표

  • 입력 2008.04.23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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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22일 이건희 회장의 전격 사퇴, 전략 기획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일선 퇴진은 ‘파격’으로 읽힌다.

특검 이후 줄기차게 압박을 받아왔고, 언론에서도 제기된 것이었지만 이 회장이 직접 퇴진을 밝힌 것을 두고 삼성 안팎에서는 충격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검조사로 인한 외부의 압력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은 22일 오전 11시 삼성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삼성 쇄신안 발표에 앞서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이건희 회장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게 1987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20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특검이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 터에 이 회장이 스스로 자리를 버리고 떠남에 따라 그동안 불거진 비판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삼성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도 해체과정을 겪게 됐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남은 일들이 모두 끝나는 대로 사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퇴진에 이은 전략기획실의 해체는 삼성이 초강수를 둔,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처방으로 읽힌다.

이 회장 퇴임이나 전략기획실 해체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현실로 확인되면서 업계 안팎에 가해지는 충격파가 매우 큰 게 사실이다. 국내 1위의 그룹인 데다 삼성이 사회에 끼치는 유무형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 처리 부분에 대해 22일 이학수 부회장은 이 회장 이름으로 실명전환하고, 세금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돈을 가족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생명, 증권, 화재 등 금융사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을 의식한 삼성 측의 전략적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 퇴진으로 일단 삼성은 새로운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회장의 빈자리는 일단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이 대신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을 대표할 인물이 필요할 때만 나서는 것이어서 사실상 명예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재용 전무의 경영일선 등장은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학수 부회장은 22일 쇄신안 발표 자리에서 “(이 회장이) 이재용 전무가 주주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승계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경영수업을 받은 후 회사 내외부의 인정을 받는 시점에나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한편, 삼성 내부에서는 20여년간 삼성을 이끌어 온 이 회장의 퇴진으로 자칫 세계 초일류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학수 부회장은 “각사 경영은 각사 CEO들이 경영을 할 것이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공통적인 문제나 세부적 경영보다 공동 관심사에 대해 회의에서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계열사들의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만큼 도맡겨도 가능하다고 보고, 주요 사안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공동 의견을 도출해 내면 이전의 체제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회장의 빈자리를 맡게 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대외적으로 그룹의 회장 역할이 필요할 때 나서는 선이어서 이건희 회장의 지배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이를 대신할 조직은 사장단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함 삼성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토대로 한 그룹 운영 방식을 택하게 되는 셈이다. 이 학수 부회장은 “계열사 사장을 포함해 경영진이 전부 전문 경영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포스코나 기타 전문경영 체제와 마찬가지로 삼성도 각 계열사 CEO들 모두 전문경영인이다. 독자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 앞서 일선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은데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다.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 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부인인 홍라희 여사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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