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기기익 (己飢己溺)

  • 입력 2016.03.31 18:31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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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옛날 대홍수(大洪水)로 백성들의 삶이 어려워지자, 요(堯)임금은 곤에게 치수(治水)의 임무를 맡겼다. 그러나 아무런 결과가 없자, 요(堯)임금을 이어 즉위한 순(舜)은 곤의 아들인 우(禹)에게 이 일을 맡겼는데, 우는 13년 후 치수에 성공했다.


 또한 직(稷)이라는 사람은 어려서부터 농업을 좋아해 항상 곡식의 종자를 모아 땅에 심었다. 후에는 간단한 농기구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농경지식을 전수해 줬다고 한다.


 “전국(戰國)시대, 맹자(孟子)는 우(禹)와 직(稷)을 칭송해 우는 천하의 사람들이 물속에 빠진 것을 자기가 치수(治水)를 잘못해 그들을 빠지게 한 것이라 생각했고, 직은 천하의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고통을 받게 되면 자신이 일을 잘못해 그들을 굶주리게 한 것이라 생각했다(禹思天下有溺者, 由己溺之也. 稷思天下有餓者, 由己餓之也)”라고 말했다. 이는 맹자(孟子) 이루상(離樓上)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무릇 정치인들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인들은 다수의 평안보다는 개인의 영달과 권력의 탐닉과 무리의 이익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과 수고는 민생치안(民生治安)을 위한 것보다는 분당(分黨)과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이루고 있으며, 다수의 국민보다는 주변의 무리들에게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그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들의 허물에 대한 분노와 질책은 주민들은 소중한 권리로 심판해야 마땅함에도 빠른 망각으로 또 다시 그들에게 속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산청군도 매한가지다. 지난 2년간을 돌아보면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무리들은 주민들을 위하기보다는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모습으로 분당 놀음에 열중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입신을 위해서는 공천이 중요하다. 공천 되면 그만이라는 사고(思考)를 주민들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깨워 줘야 한다.


 순자는 “어지러운 정치인은 있어도,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를 볼 때 우리는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이제는 속지 말자. 당(黨)보다는 사람을, 지인의 부탁보다는 정책과 성실함을 먼저 봐야 할 것이다. 사람은 무지(無知)가 드러날 때, 가장 위대하다. 그리고 그 무지함을 인정할 수 있어야 가장 정의롭다. 그래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주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또한 주민들은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단지 빨리 잊어버리는 것 뿐이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회복할 때, 주민들은 결집하는 것이고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번 20대 총선을 출마하는 자들이나, 지난 2년을 보낸 자들이나, 앞으로 2년 이후 기약하고 준비하는 자들 모두는 기기기익(己飢己溺)의 자세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기기익(己飢己溺)은 인익기익(人溺己溺), 인기기기(人飢己飢)라고도 하는데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책임을 다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산청은 청정골이다. 자연이 수려해서도 그렇지만 사람들도 순수해서 더욱 그렇다. 바른 정치를 하는 이들은 단순한 표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며 순수함을 애민긍휼(愛民矜恤)로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 주기를 간절한 소망으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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