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정팽계(牛鼎烹鷄)

  • 입력 2016.06.22 16:08
  • 수정 2016.06.22 16:09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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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한서(後漢書) 변양전(邊讓傳)의 이야기이다. 동한(東漢)말기, 진류(陳留)지방에 재능과 학문을 겸비한 변양(邊讓)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조정의 의랑(議郞)인 채옹(蔡邕)은 하진(何進)의 수하에 있던 변양에게 더 높은 관직을 맡기고자 해 하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변양은 뛰어난 인물로서 예(禮)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법도(法度)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습니다. 옛말에 소 삶는 큰 솥에 닭 한 마리를 삶게 되면 물이 너무 많아 맛이 없어서 먹지 못하게 되고(函牛之鼎以烹鷄 多汗則淡而不可食), 물을 너무 조금 부으면 익지 않아 먹을 수 없게 된다. 라고 했습니다. 이는 큰 인재를 하찮은 일에 쓴다는 뜻이니, 장군께서는 그로 하여금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진은 채옹의 말을 듣고, 변양을 더 높은 관직에 천거했다. 천거를 받은 변양은 가진 재능과 역량을 발휘해 하진에게 충성을 다 했으며, 신뢰하는 측근의 말에 귀를 기우린 하진도 개인의 욕심보다는 전체를 위한 결단도 칭송을 받을 만 한 것이다.
 
 우정팽계(牛鼎烹鷄)란 ‘큰 인재를 작은 일에 씀’을 비유한 말이다. 개인의 감정보다는 전체가 이로울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
 
 산청군은 지금 인사에 대한 말들로 설왕설래(說往說來)하고 있다. 이번 달 말로 퇴직하는 인사에 대한 공백 결원은 지난번 인사로 해결됐다지만 퇴직으로 생기는 서기관의 진급으로 대상자 여러 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순리적이고 치우치지 않는 인사, 조직과 주민들에게 모두가 도움이 되는 인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단체와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태평성대를 이루려면 신진대사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 새것은 점차 헌 것으로 변해가다 그 헌 것은 아예 물러나고 다른 새것이 들어선다. 이때 사람은 한편으론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내가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해 욕심을 부리게 된다.
 
 중국 사람들이 즐겨 입에 담는 말로 “장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밀어내고,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사람보다 낫다”는 구절이 있다. 앞에 흐르는 물결이 아무리 늦게 가고 싶거나 가지 않고 머무르려고 해도 뒤에 오는 물결이 다가오면 앞 물결은 떠밀려서 있던 자리를 내어주고 앞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없다. 그 만큼 세대교체는 거부 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그런데 세대교체가 사회의 장으로 옮겨오게 되면 그렇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즉 떡하고 버티는 선배와 치받듯이 올라오는 후배의 관계는 애초부터 갈등을 잉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을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도달한 자들은 도달에 만족하지 말고 나날이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선배와 후배를 세대와 나이로 구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배라 할지라도 머무르지 말고 계속 일신(日新)한다면 희망을 볼 것이요, 후배라고 해서 계속 머무르면서 일신(日新)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산청군은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후반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야심차게 산청군을 위한 ‘30가지 전략사업 개발’을 모든 이들에게 던져 놓았다. 시간이 흐르므로 연한이 차서 진급을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나온 근무 연속 성과와 실적이 심사에 기준이 되는 때가, 전체가 행복해지는 날이 되리라 확신한다. 따라서 산청군도 우정팽계(牛鼎烹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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