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 법률칼럼] 음주운전, 도로 위의 잠재적 살인자

  • 입력 2016.06.26 13:52
  • 수정 2016.06.26 13:5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형사법정에서 필자의 담당 사건 변호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던 중 자연스레 앞 사건 피고인의 최종변론을 듣게 됐다. 음주운전으로 기소됐던 그 피고인은 눈물을 흘리며 재판부에게 선처를 구하고 있었다.
 
 내용인즉, 피고인이 당시 사업이 너무 어려워 부도를 맞게 됐고 이로 인해 아내와도 파경에 이르는 등 마음이 너무 괴로워 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때 담당 판사님이 준엄한 어조로 피고인을 꾸짖으시며 한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피고인, 피고인이 당시 정말 힘든 일이 많았던 건 알겠는데 그것이 술을 먹을 사유는 돼도 술에 취해 운전을 할 사유는 되지 않습니다” 
 
 지난 14일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음주단속이 실시될 것이라는 예고가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마치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고 시험을 보는 것처럼 저렇게 단속을 하면 과연 누가 그날 음주운전을 하겠는가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이미 음주단속 고지가 있었음에도 전국에서 500명이 넘는 음주운전자가 적발이 됐던 것이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에 대해서 혈중 알코올 농도 0.05%~0.1%의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0.1%~0.2%의 경우, 6개월~1년의 징역 또는 300만 원~500만 원의 벌금, 0.2% 이상의 경우 1년~3년의 징역 또는 500만 원~1000만 원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음주운전에 대해 우리와 어떠한 차이를 보일까? 대체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 기준보다 강력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급 살인과 동일하게 최고 종신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시 운전자는 물론 술을 제공하거나 권유한 자까지 처벌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신문에 음주운전자의 신상을 기재해 공개적인 망신을 준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시 음주운전자가 기혼자이면 배우자까지도 찾아내 유치장에 가둬버린다. 핀란드의 경우는 음주운전 시 한 달치 월급을 몰수해버리기도 한다.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고려해 우리도 외국처럼 처벌 수위가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게 되자 대검찰청은 지난 4월 음주운전 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공표했다.

 그 내용을 보자면 상습 음주운전자는 적발 시 차량을 몰수하고, 음주운전임을 알면서 동승한 자도 형사처분을 하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를 넘은 상태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는 방안이 있다.
 
 물론 이 방안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이 리스이거나 타인 소유인 경우 이를 몰수함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동승자의 처벌 방안 역시 동승자가 차 키를 직접 음주운전자에게 줬다는 등의 음주운전 방조행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몇몇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막아보자는 측면에서 그 취지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지난 2015년 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 수는 2만 4399건에 이르렀고 그 사고로 인해 583명이 사망했다. ‘이번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음주운전은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 술을 마시게 되면 판단력, 주의력, 운동능력이 현격히 저하돼 주변 교통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즉, 술에 취한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것은 도로 위의 살인 흉기를 휘두르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훌륭한 이동 수단으로서 인간에게 크나큰 삶의 풍요를 줬던 자동차가 우리의 안일함으로 인해 도로 위의 살인 흉기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우리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