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칼럼] 역사논쟁 2막 3장

  • 입력 2016.06.27 16:1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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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칼럼니스트
▲ 수필가/칼럼니스트

 국내 주류 사학계와 재야 사학계와의 역사논쟁이 지난 수년간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 두 진영의 상반된 역사관은 국정교과서 편찬 공청회나 동북아역사왜곡 대책 위원회 같은 토론장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인다.
 
 주류사학자들은 기존의 역사 근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재야사학자들을 일컬어 실증 없는 황당한 주장만 내세우는 사이비 역사학자들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재야사학자들은 주류사학자들을 강단사학자(講壇史學者)라고 은근히 비꼬면서, 식민사관과 중화 사관에 함몰돼 왜곡된 역사관으로 세뇌됐다고 안타까워한다.
 

 얼마 전에는 임나일본부설에 관한 주류사학계 모 교수의 저서를 식민사관에 입각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고 재야사학자 한 분이 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음으로써, 양 진영은 더욱 첨예하게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들 양대 진영이 주장하는 가장 큰 상고사 쟁점 중 하나는 BC 108년경에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했다는 4개 행정구역인 한사군의 위치다. 재야사학자들은 한사군은 한반도 지역이 아닌 중국 요서 지역에 위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류학자들은 한반도 내인 평양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사군의 위치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연고권 주장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재야사학계로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이 4세기 중엽에 한반도 남부 가야 지역에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라는 통치기구를 설치하고, 6세기 중엽까지 경영했다는 소위 ‘남선경영론(南鮮經營論)’도 양 진영의 학설이 배치되는 부분이다.
 
 삼국유사와 제왕운기 등에 기록된 ‘단군’사를 신화로 보느냐 아니면 엄연한 한민족 역사로 보느냐 하는 문제도 대립하는 사안이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 중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고대국가 성립시기가 그 보다 훨씬 앞선다는 재야민족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기존 주류사학자들은 삼국의 성립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기록대로 BC 57년에 신라를 필두로 고구려 신라 순으로 형성됐다는 기록을 주장하고 있다
 
 계연수(桂延壽)라는 사람이 지었다는 환단고기(桓檀古記)나, 조선 숙종 때 북애노인(北崖老人)이 썼다는 규원사화(揆園史話), 그리고 신라 눌지왕때 박제상이 지은 부도지(符都誌)에 대한 위서논쟁도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안 중 하나다. 고조선을 세운 왕검(王儉)부터 고열가(古列加)까지 47대 단군의 재위 기간과 치적 등이 깔끔하게 정리돼 기록된 이 책들의 내용은 역사가 아니라 황당한 소설이라는 것이 주류사학계 변함없는 입장이다.
 
 중국과 일본의 오랜 침탈과 강점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를 찾는 일은 나라의 독립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바로세우기’에 함몰돼 자칫 국론분열의 단초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대다수 민초들은 이러한 거대담론에 감히 끼어들지도 못하고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미래로 가는 바른역사 협의회’라는 재야사학자들의 연합단체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대식을 가지고 출범했다. 100여 개가 넘는 범 민족진영이 규합해 그동안 주류사학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몸집을 부풀려 조직적으로 역사왜곡 사례를 바로 잡는다고 한다. 본격적인 역사논쟁의 제2막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바라건대, 재야와 주류 양 진영이 상호 비방과 인신공격을 자제하고 품격 있는 역사학자로서의 자세를 견지해 주기 바란다. 무릇 역사를 말하고자 할 때는 상대의 주장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와 객관성 그리고 균형 잡힌 세계관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바로세우기 문제는 북한과도 상호 정보를 공유해 민족사적으로 공동대응해 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는 총성 없는 ‘역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중국은 한반도 역사를 한낱 중화사의 고대 변방에 불과하다고 왜곡하고 있고,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통해 한국 영토 침탈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출판사가 간행한 ‘세계사’에는 “한국의 역사는 중국의 식민지로부터 출발했고, 한사군 이후부터 기록이 있으며, 정확한 역사의 출발은 고려(918~1392)로 볼 수 있으므로, 한국사는 불과 천년에 불과하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작금의 이런 역사왜곡을 묵과해서는 안된다. 역사를 빼앗긴 민족, 혼을 잃어버린 민족으로 전락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먼저 ‘역사에 대한 무관심’을 벗어 던져야 한다. 역사는 지나간 낡은 기록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거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소중한 우리 역사의 진실을 회복시키고, 계승해 나가는 일에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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