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不戰而屈人之兵과 을지연습

  • 입력 2016.08.21 16:03
  • 기자명 /경남지방병무청 기획인사계장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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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민방위본부입니다. 지금 서울·인천·경기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1983년 2월 25일 오전 10시 58분, 전국에 느닷없이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일요일 아침을 깨웠다. 북한 이웅평 대위가 미그 19기를 몰고 사선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했던 것이다.

 실제 미사일을 탑재한 북한기가 넘어와서 서울 도심에 미사일을 떨어뜨렸으면 어찌 됐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적 포격이나 공습 등에 대비해 국민안전처에서는 ‘알면 알수록 더욱 안전합니다’라는 비상시 국민행동요령과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비한 상황별 대처법이 안내돼 있는 ‘안전디딤돌’ 앱을 내 놓았다.

 이와 같이 북한의 예기치 않은 도발에 대비해 평시에 준비하는 것이 있는데 2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나흘간 실시되는 ‘을지연습’으로써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기습한 그해 7월 처음 실시됐으며, 올해로 49회째를 맞는다.

 을지연습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주민대피 훈련, 국가 중요시설 방호, 테러 대비 훈련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에 대비한 대응훈련도 중점 실시된다. 또한 전시직제편성 행동화 훈련과 적의 국지도발에 대비해 통합방위 지원본부 상황실을 설치하고 발생 원점에서의 초동조치 훈련을 하게 되며, 수요일인 24일에는 전국 일원에 걸친 민방공 대피훈련도 실시된다.

 그렇다면 왜 매년 을지연습을 실시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삼천리 금수 전쟁이 끝난 강산이 잿더미로 변한 참혹한 동족상잔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남북한은 종전(終戰)이 아닌 아직까지 진행 중인 휴전(休戰) 상태에 있다.

 또한 북한 김정은은 한미 동맹의 튼튼한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고 재래 전력의 열세를 대처하기 위해 비대칭 전력으로써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확보해 미국의 핵무기에 대항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과시하고자 혈안이 돼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 이념적 분열과 안보에 대한 갈등 확산을 감행하고 있는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상대의 전략을 분쇄한다는 벌모 전략(伐謨戰略)으로써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손자병법에는 또 다른 전략을 내세운다. 그것은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부전이 굴인지 병(不戰而屈人之兵)으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이상적인 병법이라고 한다.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전쟁을 두려워하여 비군사적인 방법에만 의존한다는 소극적인 뜻이 아니라 우리의 강한 국력과 물샐틈없는 군사 경계태세, 그리고 조국의 안녕과 국운 상승을 염원하는 국민의 정서가 상대를 압도해 전쟁을 하지 않고도 나에게 굴복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을지연습에서의 연습(Practicing)은 자신에게 부족한 동작을 숙달시키는 것이다. 매년 실시하지만 일상적인 업무가 아니라 쉽게 잊힐 수도 있고, 시대상황과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날 을지연습은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승자는 승리의 조건을 만든 다음 싸우고, 패자는 싸움을 시작하고 나서 승리의 조건을 찾으려고 한다”, 손자가 말하는 승자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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