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인가? 갤러리·콘서트장인가?

  • 입력 2016.10.30 18:24
  • 수정 2016.10.30 19:52
  • 기자명 /김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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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안 받고 절친한 지인 초대
화환 대신 지역작가 그림 전시
다 함께 즐기는 축제 분위기 주도
기존의 틀을 깬 ‘신선한 결혼식’

작은 거인, (주)대호테크 정영화 대표
“올해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350억 원 목표”

 

▲ 경남리틀싱어 어린이합창단이 즐거운 음악에 맞춰 귀엽게 율동하고 있다.
▲ 경남리틀싱어 어린이합창단이 즐거운 음악에 맞춰 귀엽게 율동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4시 50분 창원 ‘풀만호텔 예식 홀’은 여느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예식 분위기가 연출돼 신선한 충격을 줬다.


 으레 화환이 자리해야 할 곳엔 지역화가 그림 31점이 전시돼 갤러리를 방불케 했고 현악 5중주 연주와 성악가 바리톤, 소프라노 열창은 크래식(Classic) 공연장을 연상시켰다.


 더구나 이날 하객들에게는 단 한 푼의 축의금도 받지 않았기에 대다수 하객들의 머쓱함은 눈에 띄게 역력했다.
 부조금(扶助金)은 조의금(弔意金)과 축의금(祝儀金)을 말한다.


 옛 부터 길사나 흉사 때는 으레 큰돈이 들어간다. 이때는 이웃이나 친지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이나 음식, 일손을 보태 일을 잘 치르도록 돕던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었다.


 이같은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는 언제부터인가 부조금을 선호하는 악습으로 변질, 특히 결혼 시즌이면 청첩장을 받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현재 우리 결혼문화는 하객들이 정작 신랑·신부를 축하해 주기 위해 예식장을 찾기보다 혼주를 의식, 고지서를 받은 느낌으로 어쩔 수 없이 눈도장을 찍은 후 식사만하고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 혼주 입장에서는 과거 지인의 자녀 결혼식 때 축의금을 냈으니 이번에는 내가 돌려받아야 된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수년간 연락이 두절됐던 사람들까지 무작위로 소식을 알려 한몫을 챙긴다는 야심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동안 낸 만큼 돌려받겠다는 보상심리를 나무랄 순 없지만 청첩장은 이미 남에게 부담스러운 고지서가 된 지 오래다.


 정 대표는 이를 탈피하기 위해 축의금 일체 사양 선언과 동시에 청첩장 내용의 기존 틀을 과감히 변화시켰다.


 지금까지 청첩장은 신랑아버지·어머니, 신랑이름 / 신부아버지·어머니, 신부이름 순으로 소개됐었으나 인필씨 청첩장은 신부어머니·아버지, 신부이름 / 신랑어머니·아버지 신랑이름 순으로 기재해 여성우위(優位)로 배려했다.


 또 예식이 끝나면 종적을 감추는 화환 대신 그동안 정 대표가 소장해 온 지역작가 그림들을 전시해 초대되는 5명 지역작가와 하객 간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예식시작 시간도 정시가 아닌 오후 4시 50분으로 기재해 정시의 강박관념을 완화시켰다.
 

▲ 일렉첼리스트 ‘쥬린’이 하객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 일렉첼리스트 ‘쥬린’이 하객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 결혼식장 입구에 전시된 그림을 감상하는 하객들.
▲ 결혼식장 입구에 전시된 그림을 감상하는 하객들.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세기의 결혼식’

 정 대표는 “처음엔 가족·친지들만 참석하는 조촐한 결혼식을 생각했으나 식구나 다름없는 회사 직원들과 오랜 시간 정을 나눈 협력사관계자와 친분이 두터운 지인들을 배제할 수 없어 이들을 초청했다”며 “그 외 하객은 필히 초청장을 소지해야 자리배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연회장 892.57㎡(270평)를 가득 메운 600여 명 하객 축복 속에 1·2부로 진행된 이날 결혼식은 현악 5중주 팀 ‘조이스트링’의 ‘여인의 향기’에 이어 경남리틀싱어(단장 권안나) 9명 어린이합창단이 순수한 영혼의 소리로 전하는 ‘엄마는 아빠를 좋아해’, ‘꼭 안아 줄게요’ 노래가 식장 안을 감싸면서 결혼식 행사는 점점 축제 무드 속으로 빠져갔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1부 행사가 끝나고 저녁식사와 함께 마련된 2부 행사가 펼쳐지자 600여 명 하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여기가 결혼식장 맞아?”란 표정을 지으며 웨딩콘서트 무대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 등장한 소프라노 김아름의 오펠 라보엠 중 ‘Quando me nvo’곡에 이어 세빌리아 이발사중 ‘Largp al factotum della citta’ 곡을 바리톤 정승화가 묵직한 톤으로 열창하자 하객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감흥의 늪에 잠겼다.


제이어 일렉첼리스트 ‘쥬린’이 등장해클래식 음악에 반전을 가했다.
 요염한 율동을 가미하며 ‘리베르탱고’와 우리 귀에 익은 ‘아리랑’이 현란하게 연주되자 하객들은 콘서트장에 자리한 듯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이 분위기는 ‘팝페라 에클레시아 남성 4중창’이 출연하면서 코믹스럽게 변화돼 여기저기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 오!해피데이’곡을 전하는 남성 4중창단의 코믹한 제스쳐는 하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객 정 모(남)씨는 “금세기 최고의 결혼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남편과 동행한 주부 한 모씨는 “우리 아이도 다음 결혼식 때 오늘과 같은 즐겁고 모두가 축하해주는 결혼식을 주도하겠다”며 “오늘 이 결혼식을 계기로 경남지역에 새로운 바람이 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신랑 신부 피규어’가 행사장 내 전시돼 있다.
▲ ‘신랑 신부 피규어’가 행사장 내 전시돼 있다.

 

 

 

 

 

 

 

 

 

해마다 줄고 있는 출산율…다산으로 인구수 늘려야

 이날 신선한 결혼식을 창안한 정 대표는 점차 하락 돼 가고 있는 우리나라 저출산율을 높여야 된다고 주장하며 “경남은 지난 해 겨우 2200명 출산율을 기록했다. 저는 우리나라 인구 정책에 희망을 주기 위해 며느리 교림, 아들 인필 사이에는 최소 3명의 자녀를 두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해마다 줄고 있는 심각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앞선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명에서 1983년 인구 대체 수준의 2.1명으로 줄었다.

 또 2001년부터는 1.3명 미만에서 등락하는 초(超)저출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인구 13억 중국의 경우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절벽 문제에 직면케 되자 올해부터 ‘1자녀 정책’을 폐지했고 일본도 총인구 1억 유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물며 약 5150여만 명에 불과한 우리나라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저출산율이 현재 추세로 지속된다면 400년 이내에 지구상에서 소멸 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 대표는 “인구 감소는 단순히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 경제와 국제적 위상, 노령화로 인한 재정적인 부담과 역동성이 결여돼 국가적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2016 대한민국중소기업인 대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받고 있는 주)대호테크 정영화 대표.
▲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2016 대한민국중소기업인 대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받고 있는 주)대호테크 정영화 대표.

지역사회 발전에 함께하는 (주)대호테크

 지난 2014년 사회공동체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키 위해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34번째 경남 회원인 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이래 수십년동안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4가지 신문을 독파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108배를 하며 건강관리를 하는 등 초인적인 자기관리를 통해 기업을 오늘과 같이 성공적으로 성장시켰으며 그 이윤을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또한 창원대, 경남대, 서울대 등 많은 학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모범적인 기업인으로 지역사회에 칭송을 받아왔다.

 이 뿐 아니라 키가 작아 ‘작은 거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정 대표. 20대 시절 군대에 가고싶어 뒷꿈치를 들고 신체검사를 받았다는 유명한 일화는 병역기피사례가 언론을 장식할 때마다 회자되고 있으며, 그의 확고한 국가관은 평소 ‘애국심’을 강조하는 생활에서도 짙게 묻어 있다.

 특히 정 대표는 경북 김천 부항면 삼도봉 아래 골짜기에서 태어나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고향 김천 인재육성재단에 적은 돈이지만 장학금을 기부했다는 대목에서는 어려웠던 유년시절이 스쳐가는 듯 말문을 흐렸다.

 주)대호테크는 1989년 설립, 최근 삼성전자 휴대전화 갤럭시 S 시리즈 중 표면과 스크린 끝을 곡면화한 ‘에지(edge)’를 만드는 기계를 생산해 급성장했다.

 ‘대호테크‘는 비구면 렌즈(글래스) 제품생산으로 지난 2009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제품(NEP) 인증과 함께 지난 2015년에는 3000만 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대호테크‘는 지난 2012년 매출 206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860억 원, 영업이익 336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급증과 올해는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350억 원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 대표는 “대호테크는 ‘3일 4석 610’이라는 슬로건을 세웠다”며 “이는 20대에 전문 지식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전국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생을 입사시켜 ‘30살까지 1억을 벌게 하고 40살까지 석사학위, 60살까지 최종 10억을 벌자’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대호테크’ 현 직원 50명 중 7명이 전문대부터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 5월 20일 청와대에서 ‘2016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은탑산업훈장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수여받았다.

 끝으로 본기자는 이번 취재를 하면서 옛말에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이날 결혼한 정인필 군은 훌륭한 아버지를 따라 장차 국가에 큰 도움이 되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음은 본 기자만의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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