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정폭력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 입력 2017.02.16 16:55
  • 수정 2017.02.16 17:04
  • 기자명 /조근호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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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조근호
▲ 합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조근호

 “아빠가 엄마를 떄려요” “엄마, 아빠가 싸워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하는 어린이들이 종종 있다. 

 부모가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 싸움을 하며 ‘못 볼꼴’을 보여준 것이다.

 싸우는 당사자들의 마음도 아프겠지만, 이를 지켜본 자녀의 마음에는 더 깊고 큰 상처가 남게 된다. 부모가 지금의 감정에 치우쳐 자녀가 입을 상처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어린이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직접 하는 것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다.

 흔히 물리적인 체벌 또는 폭행이 포함되는 것만을 아동학대로 인식하고, ‘정서적 학대’에 관해서는 그리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이 현실이어서 일선 경찰관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간과하기 쉬우나 사실 어린이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행위 유형이 바로 정서적 학대다. 이중 가장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며, 흔히 벌어지는 정서적 학대가 바로 부부 싸움 등 가정폭력의 노출이다. 

 부모들의 좋은 습관만 보고 배우면 좋으련만, 가정폭력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무의식적으로 폭력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학교에서 학교폭력, 성장하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그리고 노인학대를 낳아 폭력의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중 대부분은 부모에 의해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서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에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라는 것이 당연한 수치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 행동에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마련되고, ‘아동복지법’을 개정·시행하면서 국가가 아동학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경찰에서도 가정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개입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폐해를 일으키는 명백한 범죄’라고 인식하면서 예방과 수사는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폭력 현장에 자녀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심층 깊게 분석하는 등 자녀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예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자녀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자녀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등 부끄러운 모습 또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폭력 근절과 우리네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동학대 예방,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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