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과 병역문화

  • 입력 2017.02.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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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부터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사회비판적인 단어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벌이나 직업 등 사회경제적인 위치가 달라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조사한 ‘2015년 사회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사회적 분배구조가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에 27.7%만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병역의무 이행분야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48.2%가 ‘공정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 즉 형평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병역이행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실제로 병역이행과 관련해 고위 공직자가 본인 또는 자녀의 병역문제로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르는 경우를 언론을 통해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고위공직자 자녀들 중 30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드러나 많은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무청은 지난 90년대 말 병무 파동(波動)을 겪은 후, 인적·제도적 변화와 쇄신을 거듭해 병역처분과 병역의무 이행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고자 병역판정검사를 비롯한 병무행정 전(全) 분야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를 둬 신체등위판정에 정확성을 강화했다.

 또한 병역 기피자 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2012년 4월에 특별사법경찰관제를 시행한 이후 2016년까지 총 198건의 병역면탈 사항을 적발해 송치했다. 이처럼 병무청은 자정(自淨)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그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병역이행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러한 내부적인 노력과 더불어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병역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병무청은 병역법을 개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지난해 6월 16일부터 ‘고위공무원과 그 자녀에 대한 병적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관리대상은 장·차관과 중장 이상의 장교,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1급 상당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이다.

 이들에 대해서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부터 입영 또는 병역면제처분 될 때까지 모든 병역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모든 국민이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병역이행’을 이루고자 한다.

 현재는 1급 상당 이상의 공직자로 그 대상을 한정하고 있지만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해 연예인, 체육인 그리고 4급 상당 이상 공직자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병역법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남북이 분단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병역’은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하는 ‘의무’이며, 사회지도층은 병역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그들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병무청은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의 병적을 관리하는 제도시행으로 병역을 이행하는데 있어서 더 이상 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로 제도적인 장치를 보완하고 병역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세상의 어려운 일은 모두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노자의 도덕경에 있는 구절이다. 물론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것만으로 병역이행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밑거름이 되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성실하게 병역을 이행하고, ‘병역이행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이뤄지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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