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둘째 날…장엄하게 반겨준 문화유산들

  • 입력 2017.03.12 18:02
  • 수정 2017.03.19 18:08
  • 기자명 /윤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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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나크 신전안에 있는 높이 15m 가량의 거대한 람세르 2세의 동상. 세개의 동상 가운데 그나마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는 동상이다.
▲ 카르나크 신전안에 있는 높이 15m 가량의 거대한 람세르 2세의 동상. 세개의 동상 가운데 그나마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는 동상이다.

 

고대 가장 강력했던 파라오 람세스 2세 만나러 아부심벨로 떠나
삼엄한 검문소 곳곳…불안 정세·보호 못받는 멸종동물 안타까워

활기찬 룩소르서 만난 ‘스핑크스의 길’·오벨리스크·멋진 야경
마차 비용 실랑이·출발 전 꼼꼼히 챙겨야…다음은 카이로

 

<지난주 월요일에 이어서…>

 

 ◈ 역사도시 아부심벨에서의 추억

 아스완 관광을 마무리 하고, 다음 날 아부심벨 새벽투어를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여행 채비를 했다. 아부심벨은 고대 이집트의 통치자이자 가장 강력했던 파라오 중 하나 인 제19대 왕조 람세스 2세의 석조 신전이 있는 곳이다. 호텔부근에서 새벽 5시에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길은 먼지투성이의 사막을 하염없이 달려가는 여정이었다. 곳곳에 설치된 삼엄한 검문소를 통과할 때마다 불안한 정세임을 간접적으로 느꼈고, 도로에서는 로드킬을 당한 사막여우를 보면서 멸종동물이 보호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아스완에서 남쪽으로 약 280㎞, 차로 약 3시간 달려 도착한 아부심벨은 문화유산을 접한 내 생각보다는 장엄했다. 높이 약 30m, 폭 35m의 정면에 자리잡은 4개의 거상은 모두 람세스 2세를 새긴 높이 21m의 석상이다. 발 아래의 입상은 황태후(세티 1세기) 무토야, 왕비 네페르타리, 황태자 아멘히이코프세프 등이다.

 

 정면 입구에서 들어간 큰 객실은 8개의 왕의 오시리스 기둥이 마주 보고 있으며, 유명한 카데슈의 전쟁이 부각돼 있었다. 4개의 각주가 있는 제2객실은 세 개의 문을 거쳐 내진(內陳, 벽이나 기둥을 겹으로 두른 건물의 안쪽 둘레에 세운 칸), 지성소(至聖所, 대 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는 방)와 통해 있다. 지성소에는 라 하라크티, 아멘 라, 푸타하, 람세스 2세의 상이 매년 2번(춘분과 추분)만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도록 안치돼 있으며, 왕이 생전에 신격화된 것을 증명하는 부각으로 장식돼 있다.

 

 소신전은 하트홀과 왕비 네페루타리를 기리는 암굴신전으로 정면에는 왕의 입상 4개가 높이 약 10m규모로 만들어져 있으며 하트홀을 모방한 2개의 왕비 입상이 조각돼 있다.

 

 아스완댐 건설에 따라 이 지점의 수위가 60m 높아져 수몰의 운명에 놓이게 됐으나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의 헌신적인 노력과 현대공학의 혜택으로 1963∼1966년에 이 신전을 원형대로 70m를 끌어올려 영구 보존이 가능하게 됐다. 유네스코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호한데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문화재를 이동하기 위해 석상들을 토막내었다가 옮긴뒤 다시 접합시키는 건축방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흔적이 선명하게 보이는 점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고 하지만 오랜 세월 보존돼 왔던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보존하지는 못했다는 점은 문외한인 나에게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 룩소르박물관앞 공원에서 박물관 개관을 기다리다가 나일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나일강에는 크고작은 유람선들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강변은 산책로와 나무, 잔디 등이 잘 정비돼 있다.
▲ 룩소르박물관앞 공원에서 박물관 개관을 기다리다가 나일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나일강에는 크고작은 유람선들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강변은 산책로와 나무, 잔디 등이 잘 정비돼 있다.

 

◈ 고대도시 룩소르의 위엄

 아부심벨을 2시간 가량 둘러보고 아스완으로 돌아와 다음 여행지인 룩소르행 기차를 탔다. 오후 3시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6시 10분에 룩소르에 도착했는데 첫 느낌은 아스완보다 더욱 활기차 보였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야간 경관이 수려하다는 룩소르 신전으로 갔다. 룩소르 신전은 나일 강 동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고대 도시 테베에 있는 이집트의 신전 단지다. 아문 신에게 바치는 보다 작은 규모의 구조물이 있던 자리 위에 세워졌으며, 테베의 삼위신인 아문, 아문의 아내 무트, 그리고 그들의 아들 콘수에게 헌정됐다.

 

 신전으로 통하는 길은 넥타네보 1세가 건설한 ‘스핑크스의 길’이며, 훗날 아메노피스 3세가 세운 숫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들로 교체됐다. ‘스핑크스의 길’은 룩소르 신전에서 시작해서 북부의 카르낙 신전까지 3㎞ 가량 뻗어 있다. 높이가 24m에 달하는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1300년, 제19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세운 것으로, 신전 입구 ‘스핑크스의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다.

 

 신전 내부는 32개의 기둥이 서 있는 정원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이 내부 성소는 이집트의 조각과 로마의 스투코(치장 벽토)로 장식한 전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로마인들 역시 이곳을 제를 올리는 데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현란한 야간 조명은 이집트의 고대유물을 더욱 화려하게 표현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봐 온 유적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신전이었다.

 

 룩소르를 찾는 관광객은 보통 동안투어와 서안투어로 나눠진다. 동안은 살아있는 자들의 땅이자 해가 뜨는 동쪽을 말하고 서안은 죽은자들의 땅이라 칭하며 해가 지는 서쪽에 위치한다. 동안에는 까르낙 신전, 룩소르 신전 등이 있고 서안에는 왕가의 계곡과 합셋수트, 장제전 등이 있다.

 

 여행객들은 차로 이동하는 서안은 오전에 투어를 하고, 동안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기에 오후에 투어하는 식으로 진행이 한다. 룩소르를 단시간에 둘러볼 체력이 된다면 알찬 하루일정이 될 여행지다. 몸이 약골인 나는 나일강이 바라보이는 호텔에서 오전을 푹 쉬고, 오후에 룩소르 신전까지 걸어가 카르나크 신전으로 이동하는 마차를 이용해 보았다. 이집트에 도착한뒤부터 마차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봐서인지 나도 마차를 타보고 싶었던 것이다. 10여 분의 실랑이 끝에 내 딴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했다. 룩소르 시내를 20여 분간 구경한 뒤 카르나크 신전에 도착했더니 마부가 가격과 팁에 대해 딴소리를 한다. 길에서 10여 분간 마찰이 있었으나 지지않고 처음에 약속했던 값만 치렀다. 마부는 1시간의 투어에 값을 정했다가 나중에는 말의 먹이값과 기다려준 시간, 돌아가는 비용을 내라더니 나중에는 한사람당의 가격이었다며 두사람이 탔으니 값을 더 내라고 우겼다. 이처럼 황당한 요구로 당황하게 할 수 있으니 출발 전에 반드시 꼼꼼히 챙겨야 당황하지 않는다.

 

▲ 카르나크 신전의 대열주실은 높이 23m의 기둥 134개로 만들어진 너비 100m, 폭 53m의 커다란 홀인데 현존하는 신전 가운데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 카르나크 신전의 대열주실은 높이 23m의 기둥 134개로 만들어진 너비 100m, 폭 53m의 커다란 홀인데 현존하는 신전 가운데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 신들의 나라, 웅장하고 신성한 신전

 카르나크 신전은 넓이만 10만 평을 자랑하는데, ‘가장 신성한 장소’라는 의미다. 신의 위대함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 여러 대의 파라오들이 수세기동안 신전을 건설하는데 국력을 쏟았으며 때로는 호화롭게 개조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곳은 대열주실인데 높이 23m의 거대한 기둥이 134개인 홀이다. 마치 기둥으로 이루어진 숲길을 걷는 느낌으로 당시 왕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하트셉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였다. 하트셉수트는 기원전 1503년부터 1482년까지 재위한 이집트 최초의 여왕인데 전통적으로 여자는 왕이 될 수 없었으나 아들이 너무 어려 섭정을 하며 실질적으로 나라를 지배했다고 한다. 이 조형물은 당시의 위엄을 기념한 기념비로 높이 29m, 무게는 325톤에 달하는데 태양신의 상징이다. 나는 이곳의 역사가 궁금해 가이드를 신청, 이같은 내용들을 들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역사를 알면 명소의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빠를 수 있다. 특히, 이집트는 나라 전체가 역사와 유물로 가득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역사공부를 하고 온다면 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이집트 남부지역의 일정을 여기서 마무리 하고 내일 새벽 5시에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로 가기위해 휴식을 취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계속…>

 

<이세원 약력>

이세원
이세원

 

 

 

 

 

 

 

 

 

 

 

 

 

 

* 여행기를 쓴 이세원은 198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등학교와 경상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 다닐때 교환학생으로 중국문화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졸업한 뒤 UN 산하 환경전문기구 UNEP에서 인턴사원을 경험했으며, 지금은 2015년부터 주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다. 대학 때는 휴학을 한 뒤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등지를 자유여행한 뒤 기행문을 쓰기도 했고, 그 뒤 필리핀과 홍콩, 캄보디아 등을 여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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