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박경찬 “‘유도소년’, 여전히 고민 중”

흥행성·작품성 ‘두 마리 토끼’…매진 행렬 연극
사실적 에피소드·실감나는 운동 장면 인기몰이
승인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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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유도소년의 이재준(오른쪽) 연출가와 박경찬 작가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시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도소년’은 인생의 장애물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려는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에요. 그 과정 속에서 배워나가는 과정에 대한 답변이죠. 근데 그 질문은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계속되겠죠.”(박경찬 작가)

 “특정한 면이 부각되면 작품이 변화하거나 변화시켜야 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희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여지도록 더 노력하고 고민하고 성찰해야죠. 재연할 때는 힘들었는데 삼연 때는 행복한 마음이 커요. 하지만 변화해야 하는지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졌죠.”(이재준 연출)

 허정민·박정복을 앞세운 세번째 시즌 역시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인 연극 ‘유도소년’의 연출가 이재준(39)과 작가 박경찬(36)은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 흥행작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었다.

 ‘유도소년’은 대학로 인기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의 하나로 2014년 초연했다.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뜨겁고도 풋풋하게 그렸다.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배우들이 훈련을 통해 재연한 유도, 복싱, 배드민턴 장면이 특히 실감난다. ‘H.O.T.’의 ‘캔디’, ‘UP’의 ‘뿌요뿌요’,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등 1990년대 후반을 풍미한 히트곡들이 삽입, 아날로그와 향수를 자극한다.

 복고를 다룬 덕분에 ‘연극판 응답하라’로 통하며 2014년 초연, 2015년 재연 전 회차 매진 사례와 평균 객석점유율 104%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주인공 이름 경찬은 작가 이름 박경찬에서 따왔다. 유도선수 출신인 박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들어갔다. 그가 뼈대를 만들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도 데뷔한 이 연출이 다듬었다.

 유도선수 출신답게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굵직한 선을 그리는 박 작가와 평소에도 세심함과 꼼꼼함으로 유명한 이 연출은 상반된 성격 탓에 더 큰 시너지를 냈다.

 뮤지컬 ‘풍월주’에서 연출(이재준)과 조연출(박경찬)을 맡아 첫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미 대학로에서 저마다 입지를 굳힌 젊은 창작자들이다.

 2003년 공연계에 들어온 박 작가는 비교적 뒤늦은 때인 2013년 뮤지컬 ‘미드나잇 블루’를 연출 입봉, ‘총각네 야채가게’ 등을 지휘했다.

 2010년 전후로 세련된 감각과 재치 있는 연출로 실력자라고 이미 입소문이 났던 이 연출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머더발라드’, ‘베어 더 뮤지컬’, 연극 ‘극적인 하룻잠’ 등을 통해 실력을 공인 받고 있다.

 두 사람이 하지만 처음부터 마음먹고 공연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곳저곳을 부딪혀나가며 근육을 키워나가는 경찬이처럼 삶의 근세포들을 단련시켜왔다.

 “운동을 하다 싫어졌는데 돌이켜보니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싫어했던 거 같아요.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근성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죠. 역경을 이겨내지 못한 것처럼요. 제 방황을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교회 ‘문학의밤’에서 연극을 했던 걸 떠올리시면서 진로를 그쪽으로 알아보라고 하셨고, 연극학과에 가게 된 거죠.”(박경찬 작가)

 “일반 대학에 들어가서야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어요. 연극반을 했는데 제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한예종 연극원 시험을 치렀죠.”(이재준 연출)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유도소년’은 두 젊은 창작진에게 또 다른 변곡점이 되고 있다.

 박 작가는 “‘유도소년’을 통해 제 이름이 알려져서 감사하다”며 “이 작품으로 용기를 얻었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연출, 작가로서 살아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작품으로 써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제가 하는 일이 타당하고 행복하다는 걸 다시 깨달은 거죠.”

 지난 2월 일본에서 라이선스로 ‘유도소년’을 올리고 이 작품의 영화화도 준비 중인 이 연출은 고민이 좀 더 깊어졌다고 했다.

 “연출로서 잘 하지 못하면 다음 작품은 못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항상 있어요. 명예든, 경제적으로든 큰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닌데도 불안감이 커진다”며 최근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배우, 스태프와 작업하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자체는 행복하고 즐겁지만, 정통극 또는 상업극으로 양분화 되는 흐름에 혼란스런 부분이 있다고 했다. 두 흐름에 걸쳐 있는 동시에 그 흐름에 벗어나기도 한, 한예종 출신이 주축이 된 공연배달서비스가 연극판에서 변종 취급 받는 부분도 한몫했다.

 “대학로에 좀 더 다양한 작품이 많아지고, 새로운 방법으로 마케팅하며 새로운 흐름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마니아적인 성향에서 벗어나되 대중적이고 가볍기만 한 작품은 아닌. 좀 더 대학로가 건강한 생태계가 됐으면 해서,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려고 합니다.” 오는 5월 14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  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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