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뿌리기업, 수출의 희망을 보다

  • 입력 2017.05.21 18:1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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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 김정일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얼마 전 창원 소재의 뿌리기술 전문기업인 D사를 방문했다. 글로벌 강소기업이기도 한 D사는 소성가공, 용접 등의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14년도 수출 이천만불 탑을 수상했으며, 이 회사에서 가공 성형한 제품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납품돼 세계 일류상품으로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이처럼 뿌리기업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 제품의 품질 경쟁력 제고와 수출실적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뿌리기업이란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경남 지역의 뿌리기업 수는 총 3319개사로 전국 대비 12.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분포비율은 용접, 표면처리,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주조 공정 활용기업 순으로 크다.

 뿌리기업의 중요성은 해외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사의 경우, Unibody공법(제품 본체를 단 하나의 알루미늄 판으로 절삭 가공하는 공법) 등의 뿌리 금형 기술을 개발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시리즈 등의 성공적인 생산을 이끌었다. 세계적인 명품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시계, 영국의 만년필 등도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뿌리산업은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등의 산업에서 제품 품질 경쟁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며, 산업을 지탱하는 ‘뿌리’와 같은 이런 기업들은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땀을 흘리며 우리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뿌리산업은 특히 우리 경남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의 부품·소재의 품질 및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서 전방수요산업(주력산업 및 미래유망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내 뿌리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며, 대기업에 종속된 1~3차 협력사가 많다. 이에 납기와 가격 등에서는 경쟁력이 있으나, 기술수준과 생산성 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뿌리기업의 기술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중소기업청에서는 국내 제조 산업의 근간인 뿌리기업 중에 성장가능성이 우수한 기업을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해, 기술개발·자금·인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본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전국 534개사가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됐고, 그 중 경남 지역 소재 기업은 69개사로서 이는 경기 지역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이러한 수치는 그 간 경남 지역 수출 주력업종인 조선·자동차·항공 산업 등의 성장 이면에 지역 뿌리기업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선정되면 뿌리기업 전용의 공정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1년 동안 최대 1억 원까지 공정기술 R&D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청의 각종 R&D 사업과 인력지원 사업 참여 시 우대 가점을 받으며,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데 있어서도 융자 한도를 확대하거나 지원 비율을 늘리는 등 우대를 받는다.

 앞으로 뿌리기술은 첨단화와 융·복합화를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제품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리미엄 기술로 부상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중소기업청에서는 뿌리기업의 개별공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생산현장 맞춤형 생산정보시스템(POP, MES 등)을 구축하는 사업, 뿌리기업의 기존 수작업 공정 등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공정 자동화 지원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많은 뿌리기업들이 정부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해 기술력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뿌리산업은 청동기 시대 무기류 제작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삼국시대의 가야는 뛰어난 주조 기술을 바탕으로 당시 최고 수준의 철제 갑옷, 장신구 등을 제작해 한반도 여러 지역과 왜 등에 수출했다. 경남 지역 뿌리 전문기업의 수준이 타 지역보다 높은 건, 그들의 몸 속에 가야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울수록 제조업의 근본이 되는 뿌리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도 경남 지역의 뿌리기업들이 기술력과 고생산성을 양분으로 땅 속 깊이 자리 잡는다면,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수출 확대라는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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