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딸한테 가지~”

  • 입력 2017.09.28 19:45
  • 기자명 /김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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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알고지내는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창원 가는 길에 태워줄 수 있느냐고. 

 약속을 잡고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길에 어디가시느냐고 물었다. 혹시 병원에 가시느냐고 물으니 아니 딸한테 간다며 웃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르신은 자녀가 없는 독거노인이신인데 무슨 딸이 있는지 궁금했다. 혼란한 생각으로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문을 여니 딸 뻘로 보이는 사람이 어르신을 반갑게 맞이하는데 마치 친정엄마를 만난 것처럼, 오래 둬 손때가 묻은 가구처럼 편안해 하는 모습이다. 그곳에 함께 계신 분들 모두 환한 얼굴이다.

 어르신께 다가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저분은 누구세요?”, “딸” 

 알고 보니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동안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어르신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으며 혼자 지내고 계시니 몸이 아파 전화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기도 하고 병원비를 내 주기도 하고 죽을 끊여놓고 갈 때도 많다고 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변함없이 고기 사 드시라고 용돈도 주고 김치며 밑반찬도 해주는 딸이라고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신다.

 어울림 모임 총무를 맡고 있는 한연서 소장은 “이분들이 제 주머니를 마술 주머니로 만들어 주시기 때문에 제가 이분들을 작게나마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분들의 행복한 미소는 제게 큰 활력소이고 제 삶이 배로 행복해지는 일등공신이랍니다”라며 웃는다.

 가을비가 내려 시들어가는 식물들이 새 생명을 다시 얻는 자연의 고귀한 모습처럼 이곳에서도 아름답고 고귀한 미소가 있어서 나 역시 행복한 웃음을 띠고 그 문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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