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이런 112신고도 있습니다

  • 입력 2017.10.22 17:06
  • 수정 2017.10.22 18:23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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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범죄신고 112, 재난신고 119’ 초등학생도 알지만 정착 어른들은 잘 모른다. 

 낮 12시경 “검은 봉지가 움직인다. 겁이 나 못만지겠다” 이어 “어제 밤 11시 이혼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돈을 빌리고 문자가 왔다. 연락이 안 된다”, “10년 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알고 있다. 와 달라” 등 자세한 내용을 물어도 빨리 오라며 화부터 낸다. 

 얼마 전 퇴직한 선배말씀이 생각난다. “우린 좋은 시절 잘 보냈다마는 너희들은 참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론 민원인이 화장실에 앉아 화장지를 가져다 달라 할 것인데 세월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초등학교는 6·25전쟁 때 전투기가 떨군 폭탄피를 거꾸로 매달아 박달나무 망치로 ‘땅땅’치면 깡냉이 죽을 받아먹기 위해 챙긴 도시락 속 숟가락에 딸깍이며 뜀박질 해도 됐다. 

 자전거는 춘정 변계량 선생의 세거였던 통바위에 있던 중학교에 가기 위해 배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차량운전보다 자전거가 일상생활이 돼 어언 47년을 타고 있다. 

 해반천을 따라 조성된 나지막한 언덕을 뒤따라오지 못하는 아내가 보기보다 힘들다 푸념이다. 5년 안된 경력인데 당연한 이치쯤은 알아야지 하는데 풀 속에서 기어 나온 물뱀이 놀라 달아난다.

 검은 봉지가 도로에서 움직인다는 누군가 쥐를 잡기위해 놓은 끈끈이에 걸린 쥐를 그대로 검은 봉지에 넣어 버린 것으로 판명됐다. 이혼한 아버지의 문자는 미안한 마음에 넣은 문자 해프닝이었다. 신고지 진주에서 생활지 김해중부와 연고지 양산까지 경찰서 3곳에서 위치추적으로 21시간 동안 자살의심 요구조자를 찾았다. 막무가내 대면을 요청한 10년 전 범죄자는 꿈에 나와 신고를 했다 한다. 하도 신고이력이 많아 출동치 않으려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순찰 겸 간다. 그래도 우린 아무 탈 없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며 누빈다. 

 김해우체국을 지나자 해반천 풍경이 색다르다. 물길 옆은 억새풀이 하늘거리고 텃새된 새오리와 청둥오리 원앙무리가 물고기 잡느라 연신 잠박질이다. 

 산책로를 따라 핀 코스모스는 꽃잎을 떨군 채 고운 자태를 뽐내고 노오란 돼지감자 꽃에 하얀 들국화가 반긴다. 제방윗길을 자전거를 타면 일렬로 가야 되기에 내려 아내와 나란히 걸으며 바람에 벼가 찰랑거리는 들판을 본다. 태풍이 빗겨간 들녘이라 대풍이다. 생산원가에 미치지 않는 수매가로 농민들은 울상이라는데 밥보다 피자와 빵을 좋아하는 손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 여문 벼 포기를 챙겼다.

 우리네 일상은 개미 채바퀴다. 아침이면 생활쓰레기 치우는 차량에 음식쓰레기 치우는 차량이 지나간다. 출근을 서두르는 차량 행례에 맞춰 노란 유치원과 어린이집 차량이 걸음하면, 초·중·고 학교가 운집한 곳이라 여기저기 빵조각을 입에 문 학생들이다. 그래도 용하다. 저리 많이 차량과 사람이 이동하는 데 불편하다 말없이 하루가 간다. 

 112종합상황실이다 보니 남들 다 잠든 새벽시간대 많은 사건을 접한다. 오늘도 아무 일없기 바라며 “전생에 무슨 죄로, 내생에는 저녁에 잠을 자자” 하니 동료가 말한다. 내생에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잘 것이라며 내생을 묻는다. 잘못된 112신고의 피해가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감을 안다면, 신고에 앞서 내가 경찰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신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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