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윤해희, 그의 시와 수필

  • 입력 2017.11.19 18:18
  • 수정 2017.11.20 13:56
  • 기자명 /정리 심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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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윤해희
▲ 작가 윤해희

 경남연합일보 연재를 시작한 山海 윤해희 선생은 《수필시대》 ‘정월대보름 석전놀이’로 신인에 당선됐다. 동아대 국문학과 3학년 시절, ‘동아시단’을 첫 시작으로 작가의 길로 선 선생은 현재 주간 한국어문학회, 한글학회, 국어국문학회회원이다.

 선생은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재학 시절 학위논문: 俛‘仰亭(면앙정) 송순의 한시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브니엘고등학교 교사와 부산교육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노계의 입암시문과 환경’ 출간과 지난 20년간 학술답사 주간과 답사집 등을 발간했다.

 제2회 교육부 주최 정기간행물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 수상과 조향 100주년 ‘초현실주의 맥과 지평’에 ‘啄木鳥 가장’외 5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탁목조 啄木鳥 가장
시/윤해희

오백년 지난 새털구름
머리 빨간 딱따구리의
몸속에서
초록의 강이 울고 있었다.

오늘도
모래무지는 들쭉나무 보다
먼저 울고 가고
일필휘지

그래
그 소녀였을까
서녘의 깨진 하늘가
들풀거미들은 서로가 노닥거리다 갔다.

 

‘啄木鳥 탁목조 가장’ 단평

 구름은 세월도 잊었나. 어언 오백년이 흘러온 머리 빨간 딱따구리의 몸 속(초록의 강=자연)은 이미 자연과 일치되었다. 그 자연(깨끗한) 속을 모래무지는 들쭉나무보다 먼저 감탄(자연과의 경외감)하고 간다. 이 모두는 쉼없이 내려굿는 일필휘지일까. 도도한 노을(서녘의 깨진 하늘가)녘 들풀거미들은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

 

 

삼월
시/윤해희

이원좌의
※호롱암 호롱소가 눈부셔
나비는 길을 잃었다

가도 가도 캡램프
가도 가도 캡램프

아름다워라

오늘도
호주머니에 여자를 넣고 간
사내의 등 뒤로

붉은 혓바닥이 빛나고 있었다.

 

※ 호롱암호롱소:이원좌(한국화의 대가). 세종문화회관 전시 때 圖錄도록의 작품명

‘삼월’의 단평

 동양화가 이원좌화백의 ‘호롱암 호롱소’에서 나비는 그만 길을(감탄하여) 잃는다. 그곳을 동굴과 같은 깊이의 세계, 캡램프를 비춰본다. 그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세계(화풍). 시점은 현재인 오늘 호주머니에 여자(추억의 파노라마)를 숨기고 간 사내의 등 뒤(배후)... 타오르는 노을(붉은 혓바닥→그리움)이 빛나고 있는 그림 속의 한(삼월의 어느 날) 정경이다.

 

 

노루귀꽃
시/윤해희

무릎을  꿇어볼까
※데메테르Demeter의 목에서 목으로
햇살이 가쁘게 숨 쉬고 있었다
멀리
남녘에선
꽃망울이 바다의 창을 열었다는
소식
아직 이곳은 신이 왔다갔다는
전언은 없는데
너 너 너는 누구냐
문득
한 시인의 등 뒤로
암검은표범나비 새 눈을 뜨고
있었다

 

※ ‘Demeter’: 로마 신화에서 ‘Ceres’로 칭하는, 땅을 지배하는 여신

‘노루귀꽃’ 단평

 땅을 지배하는 여신[데메테르]의 시샘일까. 그 여신의 목덜미에 햇살은(여윈) 가쁘게 숨쉬고 있다. 멀리 남녘에선 꽃망울이 바다의 창(꽃소식)을 열었다는데... 이 모두는 神의 은총(믿음)인데, 아 수많은 너(꽃) 너는 누구냐. 이 모두(神의 조화)를 눈치챈(시인=노루귀꽃의 의인화) 시인의 등 뒤로 암검은표범나비 깊은 오수(?)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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