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 목소리] 청개구리는 비만 오면 왜 우는가

  • 입력 2018.04.15 17:4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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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개구리의 슬픈 울음’은 세태를 풍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민담이다.

 불효하기로 소문난 아들 청개구리는 부모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으로 가고, 산으로 가라면 들판으로, 뛰어가라면 걷고 걸어가라면 뛰어가는 즉,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부모의 말을 거역하거나 시키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 청개구리가 병이 들어 죽게 됐는데, 어미 청개구리는 아들 청개구리를 불러놓고 유언으로 “내가 죽거든 산에 묻지 말고 냇가에 묻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어미 청개구리가 이처럼 냇가에 묻어달라고 당부한 것은 아들이 늘 시키면 반대로 행동해 왔기에 개천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아들 청개구리는 ‘생전에 불효만 했는데, 마지막 유언마저 지키지 않으면 자식의 도리가 아니다’고 생각하고 어머니의 시신을 개천가에 묻어 줬으나, 비만 오면 어머니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불안했다.

 그때서야 아들 청개구리는 어머니 묘를 잘못 쓴 것을 후회하고, 비만 오면 슬피 울어댄 것이다.

 최근 박근혜·이명박 전직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대거 구속되는 등 우리사회는 심한 몸살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후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비롯 수많은 핵심 참모들도 부정부패 사건으로 구속됐다.

 당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 장모·이모 씨 등 핵심 참모가 있었는데, 검찰 조사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참모인 장모 씨는 “모든 일은 내가 했다. 전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다”고 대답했고, 노태우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모 씨는 “모든 일은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다. 난 아무런 죄도 없다”며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했다.

 물론 두 참모는 당시 구속이 됐지만 20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서 이 일을 생각하면 느끼는 바가 너무도 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장모 씨를 죄는 미우나 남자로서 끝까지 상관을 모신 ‘의리(?)의 사나이’로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65년 10월 4일 월남파병을 앞두고 수류탄 투척훈련 중 부대원의 실수로 떨어뜨린 수류탄에 몸을 던져 부대원의 생명을 구하고 장렬히 산화한 고 강재구 소령의 살신성인 정신과 세월이 수백년 흘렀지만 홍길동을 우리는 ‘의적(의롭지 못한 부자의 재산을 훔쳐 구차하고 약한 사람을 구제하는 도둑)’으로 부르는 이유를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정치판의 추태, 산업현장의 극한적 투쟁, 대학가의 과격시위 모습 등은 온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하기에 지금의 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어미 청개구리의 말을 거역하는 아들 청개구리의 ‘불효’와 같은 생각이 든다.

 철창신세를 진 4명의 전직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부와 권력을 그렇게 원했을까 우리 모두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

 일을 그르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아무리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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