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 칼럼] 식물·파행국회 국민 질타 직시하라

  • 입력 2008.08.11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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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가 5월 30일에 임기를 시작한 지 42일 만에 개원식을 가져 문을 열었지만, 원구성 협상도 타결하지 못한 채 8월 5일 회기가 끝났다. 2달 넘게 허송세월한 이런 국회는 60년 헌정사에서 비정상적 직무유기로, 18대 국회의원은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국회의원은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는 공무원으로, 여기에 상응하는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500건의 민생 등의 법안이 화급을 다투고 있는데도 당리당략의 핑계로 팽개치고 있으니 정신 나간 국회의원이라 질책 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은 본질적이고 고유한 권한이다. 법안의 대부분이 정부안이라고 하지만 법률안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만 법률로서 성립이 된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국회의장이 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후, 소관상임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하게 한다. 위원회의 심사가 끝나면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한다. 상임위원회의 원구성이 중요한 것은 원구성이 되지 않으면 법률안심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의 심사가 필수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여야대표간에 원구성 협상이 이루어졌으나 최종타결직전에 결렬되고 말았다. 협상결렬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명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당내 강경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청와대가 6일 원구성 지연을 이유로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3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여야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데 있다.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탄하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빼고 단독으로 원구성 하겠다고 맞서 정국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장관임명을 강행한 것이 인사청문회법 위반이냐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가 청문회를 요청한 7월 11일부터 20일째 되는 7월 30일까지 국회는 청문회를 마쳐야 했다. 청문회를 실시할 상임위원회가 없어 청문회를 열지도 못했다. 청와대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까지 청문회 결과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민주당은 협상에서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법과 원칙의 문제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어기라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3부장관 임명은 위법한 임명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장관임명은 청문회 보고는 참고 사항이고 청문회 결과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재량으로 임명이 가능하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임명에 구속을 받는다. 문제는 장관 임명과 정연주 사장 문제 때문에 여야가 대치하여 국회를 이렇게 장기적으로 공전시키는 것이 과연 국민 다수가 바라는 것인지 여야 국회의원과 정당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국회의원도 국회를 떠나 살 수 없다. 민주당 의원도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서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정도이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특히 경제가 어렵다. 대외무역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서민 경제는 어렵고 고달프다. 내수경제가 얼어붙어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이 같은 어려움을 풀기 위한 많은 법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국회는 태평스럽게 당리당략에 얽매며 원구성도 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헌법 제46조 2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양심에 손을 얹고 당과 자신의 이익보다 국익이 우선이 아닌지 지금 당장 가슴 깊이 반성해 보라.

정부는 6월 20일 올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에 쓰일 재원 조달을 위한 것이다. 고유가 및 물가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법안들도 상임위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영업용 화물차주에게 최대 월 60만원까지 유가 보조금을 받게 해주기 위한 법안 등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개원의 초보적 역할인 원구성도 하지 못하는 국회는 국회의 무능을 만천하에 공포한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초대국회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오죽했으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7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99명의 국회의원 중 6월 세비를 반납하지 않은 251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겠는가. 무노동 무임금의 잣대를 국회의원들에게 들이댄 것이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장소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대화를 통해 맺힌 고를 풀어야 한다. 당리당략에 앞서 국익과 국민을 앞세워 대승적인 입장에서 꼬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먼저 여야 원내대표가 소속의원들을 설득하여 빠른 시일 안에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9월 정기국회 전에 국회가 정상화 되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다음은 여야대표의 각성이다. 취임 한 달에 여야 대표가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을 대표한 여야의 보스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국정의 어려움을 논의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국익우선의 차원에서 대화와 협조를 통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기를 국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식물·파행국회를 국민들은 매서운 눈으로 질타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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