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 칼럼] 이상인 옹의 영면을 애도하며

  • 입력 2008.08.26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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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서야 할 일에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주저 없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에겐 용열함이, 후자에겐 용기 있는 주인공이란 수사어가 따라 붙는다. 가장이 용기 있는 신념을 지녔다면 그 가정과 식솔은 굶주림을 면한다. 그렇듯 국가와 사회와 사회의 여러 조직도 용기와 신념으로 이끄는 지도자를 만날 때 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한 그런 분이 있다는 건 국가와 사회와 조직의 안정을 꾀하게 만든다. 진해에는 그런 정신적인 어른이 계셨다. 오늘 아침 시부모님으로부터 이상인 옹의 영면소식을 전해 듣고 개인적인 인연이 없으나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신 듯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 없었다.

어느 칼럼에서 이상인 어른을 장복산 호랑이라고 칭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호랑이는 언제나 인간의 표적이다.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에 외경과 시샘의 대상으로 살아야 하는 풍운의 삶이 뒤따른다. 이상인 어른이 그런 분이라고 엿들었다. 그분이 의욕적으로 활약할 때 맞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좌우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었다니 정적들도 상대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그 정적들은 결국 공과를 구분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생사를 앞둔 망구의 노옹으로부터 시민대상 반려라는 백기를 받아냈지만 당시 비난의 선두주자였던 사람들 대다수는 그들 스스로의 삶을 비춰볼 때 비난할 자격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세평이 진해에는 나돌았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비록 승리했을지라도 그런 승리에는 부여할 메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시댁이 있는 안민터널을 오고가던 시절, 시아버님은 입버릇처럼 이상인 어른이 젊었더라면 터널 앞 아스팔트에 드러눕거나 도의원이나 도지사를 패대기쳐서라도 안민터널 유료화를 막았을 것이다, 라며 안민터널 유료화로 진해 발전이 10년 늦어졌다라고 개탄해 하셨다.

칠순의 중반으로 노인회 회원인 시아버님은 이상인 옹께서 인구 10여 만이 넘는 작은 소도시의 노인회를 전국 최고의 노인회로 성장시켰고 노인들의 복지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희생했다며 부음을 전하는 말미에 꼭지를 다셨다. 아니 시어른의 말씀보다 그분의 발자취를 추적해보니 어른께서 맡은 조직은 활어처럼 생기가 넘치고 감가상각을 이뤄낸 업적이 지천이었다.

웅덩이가 좁을수록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는 더 치열하다. 그런 진해에서 옹은 단연 독보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언제나 시부모님께선 논객인 내게 진해시정은 비판해도 좋으나 이상인 어른은 비판하면 곤란하다고 언급하며 자신의 정치적 명예와 치부를 위해서 열심인 사람은 많으나 과거 진해를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좌우충돌했던 노익장은 이상인 옹 외엔 찾기 힘들다, 라는 견해를 피력하곤 했다.

시샘과 질투란 정적들끼리만 있는 게 아니며 형제와 친구들 간에도 존재한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하물며 남이며 정적일까? 갓 불혹의 나이인 젊은 우리세대에서 이상인 옹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그러나 진해의 전설에서 ‘이상인 전(傳)’을 제외하면 읽을거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진해를 들추면 이끼 낀 천 년의 고색창연한 기와처럼 이상인 옹의 일대기가 불거져 나온다.

선배를 통해 엿들은 독립투사 이동개 지사의 아들, 정치가, 사업가, 사회단체 지도자, 그리고 아들을 시장으로 만들어 낸 아버지였던 이상인 옹의 집념과 뒷바라지에 따른 어른의 삶 자체는 드라마틱할 정도다. 먼 외국을 다녀와 지금은 절필한 채 요양 중인 선배께서 칩거하기 전 내게 이런 말을 뱉은 적이 있다.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 쉽다. 그러나 논객은 칭찬할 때가 두렵고 어렵다.” 라고 칼럼니스트로서의 고독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비판받고 칭찬받는 사람의 족적과, 비판하고 칭찬하는 사람의 글 역시 역사의 단두대에서 심판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필자의 칼럼이 단두대에 설망정 여든 넷 망구에 가까운 나이에도 진해발전의 밀알이 되신 이상인 옹을 치하 드리고 다시 한 번 어른의 명복을 삼가 무릎 꿇고 기도 드린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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