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 칼럼] 불교의 참된 근본대의

  • 입력 2008.09.02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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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뿔났다. 이명박 정권 탄생 이후 개신교 일색으로 치닫는 인사편중과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관저에까지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보고 책임 있는 국정수행자들까지 노골적으로 기독교왕국건설에 나서는 것도 모자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내놓은 교재용 지도에까지 전통문화사찰은 쏙 빼버리고 성당과 교회당만 기명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드러내 놓고 불교를 우스개로 만들자는 제2의 십자군 정벌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율배반이라면 참 너무 저속한 이율배반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후보자 시절 기독교가 사탄이라며 적대시하는 사탄의 집합소인 사찰까지 찾아가 사탄인 승려들에게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지지를 호소했고 불교 신도가 압도적인 영남권의 몰표를 취득했다. 또한 불교문화재가 민족문화의 중심이라는 데 동의했고 그 지원책도 인색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그런 대통령과 정부와 일부 고위공직자들까지 개신교 전도사를 자임해 특정종교의 공화국을 만들려는 야심을 내보이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국가 최대의 종교계 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를 조계사 입구에 경비를 선 경찰들이 몰라볼 리 없는 데도 지관스님을 검문했다는 건 불교를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겠다는 정권 내부의 속내가 상명하달 식으로 전달됐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작년인가? 부산 해운대 부근에서 열린 개신교 부흥회에는 “모든 불교의 사원은 모두 무너져 내려라!”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랑과 박애를 앞세우는 교주 예수그리스도의 뜻과는 정반대인 이런 집단은 종교가 아니라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사이비 집단임을 한 눈에 알게 해주는 증거였다. 최소한 인간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과 불교가 대서며 범불교도대회와 자해소동까지 벌이는 것은 부처님의 비폭력주의에 반하는 짓이다.

불교계여! 당신들 역시 우매하고 광기어린 그들을 닮지 말기 바란다. 종교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교세를 이용해 압력단체로 변질 되어간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교는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부처님은 살아생전에 한때 자신이 태자로 있던 조국이 망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도 모든 것을 인과로 돌리고 묵묵히 수행과 포교에만 힘쓴 분이다.

북방불교의 조사로 추존 받는 달마대사 역시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양무제 앞에서 당당했다. 권력과 폭력에 맞대응 하는 게 불교가 아니라 모든 화를 업보로 돌리는 것이 불교의 참뜻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조선 오백년의 척불도 불교를 말살하지 못했고 공산주의가 된 중국과 북한에서조차 불교는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민족사에서 불교가 가장 뿌리 깊은 종교로 자리매김을 한 것은 수행이라는 종자가 끝없이 활착되고 그 힘이 불교의 버팀목이었다.

결국 불교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대다수 사찰의 주지들이 불교를 위해, 해탈을 위해, 중생을 위해, 살신성인 하지 않았으며 적당하게 권력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 하거나 동가숙서가식 했다는 것이다. 절은 중생의 것이 아니라 주지의 것이고 승려의 것이며 사부대중이라는 신도를 그저 보시나 하는 무리로 전락시켜버린 것도 승려들이 저지른 원죄에 속한다.

걸핏하면 불교는 그들의 권익에 사용하기 위해 신도가 필요할 뿐 평상시에는 신도는 삼보인 스님들을 비방만 해도 오역죄의 올가미를 씌울 만큼 혹독한 계율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오역죄를 짓는 스님들은 누가 축출하는가?

부처님 진리는 타력이 아니라 자력본원의 종교다. 기독교원리주의자들처럼 기독교만 지구상에서 부흥해야 된다는 이질적인 논리와는 근본적으로 상반된 명쾌한 생명동등체의 진리를 지니고 있다. 부처님은 생전에 자신을 비방하는 이교도들을 향해 “참다움에 대한 비방은 며칠 가지 못한다”라며 초연한 모습을 견지했다.

불교계가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은 대정부투쟁이 아니라 승려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현실각각에 맞는 사고를 지니고 수행자답게 처신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임금의 자리도 과감하게 내던지신 분, 그 제자들이 교주의 철학에 충실하면 저절로 불교는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게 돼 있다. 근간에 사찰내에 걸린 요란스러운 이교도나 대정부를 향한 만장보다는 그곳에 들어서면 소란한 마음이 침전될 수 있는 그런 도량이길 원하고 있다. 불교계가 불교다운, 수행자다운, 성전다운 그런 모습으로 복귀하길 바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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