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5000원짜리 김치찌개” 화제

지원 전무해 학교 식당서 4년동안 훈련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습 또 연습

  • 입력 2008.09.16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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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전혀 없어 5000원짜리 분식집 김치찌개 한 그릇을 배달시켜 이를 4개의 공기밥으로 나눠 먹으며 제자들과 함께 야간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2008 패럴림픽 보치아 2관왕 박건우(인천은광학교 3년)를 발굴해 일약 ‘명 조련사’로 떠오른 김진한(38·인천은광학교 체육교사) 코치가 베이징에 입성하기 전, 눈물 나는 국내 훈련 과정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때 바르셀로나 금메달리스트 전병관과 쌍벽을 이루며 경량급 역도 선수로 활동했던 김코치가 보치아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0년 인천 은광학교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대전체고와 국민대 사대 체육과를 나와 첫 번째 교사의 길을, 몸이 온전하지 못한 특수학교 제자들과 시작하게 되면서 보치아와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것.

직접 보치아팀을 창단한 그는 4년전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박건우를 발견하고 자식의 운동을 결사 반대하던 부모를 설득한 끝에 보치아에 ‘데뷔’시켰다.

‘눈빛’은 살아있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제자의 ‘웃음’이 언제나 문제였다.
보치아 종목 특성상 순간 정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경기가 가능했지만 박건우의 동적인 ‘웃음’이 매번 경기의 흐름을 망쳤던 것.

웃음을 제어하는 트레이닝만 무려 1년이 걸렸다.

그래도 김코치가 한 가지 희망을 버리지 못했던 건 장애인 제자 박건우의 열정과 집중력이었다.
동료 교사들은 오후 3시면 모두 퇴근을 서둘렀지만 김코치와 박건우는 이 시간에 허름한 학교 식당으로 제자와 함께 다시 ‘재출근’했다.

훈련장이 따로 없어 식당의 책걸상을 모두 옮겨 놓은 후 매일 연습에 돌입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전날 찍었던 훈련 과정의 비디오를 분석했고 이후 꼬박 5시간은 감각을 익히는 보치아 실전 연습을 반복에 반복을 되풀이했지만 제자 박건우는 한번도 지루해 하지 않은 뚝심으로 스승을 감동시켰다.

김코치는 치친 제자를 집에 데려다 주고 다시 학교에 돌아와 식당 겸 훈련장의 책걸상을 원상복구하면 어느덧 자정 12시를 넘겼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매일 새벽 1∼2시.

주위는 물론 아내도 미친 짓이라며 김코치의 실속 없는 ‘과외활동’을 말렸다.

사랑스런 여섯 살 배기의 큰 딸과 두 살 터울의 막내인 하은이와 하연이, 두 딸도 집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아빠를 멀리하기에 이르렀을 정도.

제자들에게 보치아를 지도했다고 해서 관할 교육청이나 소속 학교, 보치아연맹에서 별도의 수당이 지급되는 것도 아니었다.

맹목적인 보치아와 제자 사랑이 열정이 되고, 그 열정이 성취감으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남편의 열의에 손을 든 동갑내기 아내인 황나영씨(인천 문일여고 교사)가 아침마다 손에 꼭 쥐어준 만원짜리 한 장을 가지고, 분식집 김치찌개로 제자들과 연명하며 훈련해온 김코치는 ‘베이징의 기적’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19일 입국을 앞둔 김코치와 박건우는 요즘 현실적인 고민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

주위의 예상을 깨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보란듯이 올림픽 2관왕에 올랐지만 오라는 대학과 실업팀이 아직까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베이징 패럴림픽이 폐막되면 올림픽 종목 보치아와 2관왕 박건우의 존재를 기억해줄 곳이 전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입국 전 베이징에서 부터 불안한 하루하루를 두 사제(師弟)는 보내고 있다.

건물 진단 ‘D’ 판정을 받은 허름한 학교 식당 임시 훈련장에서 5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나눠 먹으며 올림픽 2관왕의 기적을 창조한 사제가 편히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절실히 필요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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