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택, “대표팀 정신력이 문제”

“선배들이 보였던 헌신·투지가 부족하다” 일침

  • 입력 2008.09.17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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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정신력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축구의 문제는 정신력 결여인가?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16일 오전 11시 파주 NFC에서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 및 코칭스태프, 기술위원들과 만나 북한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1차전을 점검하고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를 마친 뒤 취재진들에게 이날 있었던 회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북한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던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으며, 오는 10월15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최종예선 2차전을 위해 기술위가 취합한 각종 자료를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의 훈련과정과 경기내용들을 보고 받았으며, 최근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졌고, 정신력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북한과 맞붙은 한국은 이전 3경기에서 보였던 우세한 경기력이 실종된 채 무기력한 경기로 후반 한때 북한에 주도권을 내주기도 했다.

신영록(21·수원), 이청용(20·서울) 등 주전선수들이 경기 전 부상을 당해 당초 구상했던 필승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2008베이징올림픽 8강 진출 실패 등 연이은 부진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일부에서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다소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해이해진 정신력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과거에 비해 현지의 대표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대표급의 훌륭한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예전에 선배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서 보였던 헌신과 투지가 현재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축구계 인사들은 과거 국가대표선수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 만으로도 무한한 명예와 사명감을 느꼈지만, 최근 젊은 선수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을 종종 지적하곤 한다.
이 위원장 역시 그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예전처럼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뛰겠다는 정신력이 지금 선수들에게는 약간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며 허 감독이 강조해왔던 ‘대표선수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듯 했다.

또한 “정신력 문제가 개선되어야만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의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선수들의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소집규정을 문제삼아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던 허 감독에게 ‘현실에 충실하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소집 규정상 10일 전에 프로팀에 선수선발을 통보하는데, 대개 리그 또는 컵대회를 치른 뒤 대표팀에 소집돼 부상 여부를 알기 힘들다고 허 감독이 이야기하더라”며 “선수를 23명 선발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규정이 있는데 거기에 맞춰야지, 딱히 방법이 없다. 현재의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밝힌다면 그것은 (감독)흔들기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이날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들은 지난 14일 FC로리앙과의 프랑스 리그1 데뷔전에서 1골1도움의 특급활약을 펼친 박주영을 거론하며 찬사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이 위원장은 “사실 박주영의 활약을 보며 ‘여기서도 그만큼만 해줬더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박주영을 비롯해 박지성, 이천수 등 그동안 한국축구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빨리 회복돼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박주영을 UAE전에 선발한다고 지금 단정짓기는 이르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조만간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을 프랑스 현지에 파견해 대표팀 선발에 신중을 기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불거진 이동국(29·성남), 이운재(35·수원) 등 ‘아시안컵 음주파문’ 당사자들에 대한 사면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면 문제는 상벌위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이 자리에서 논의할 가치는 없다고 본다. 징계가 풀린 뒤에 (대표선발을) 논의하면 몰라도 굳이 규정을 어겨 가며 선발할 필요는 없다”며 사면에 대한 허 감독의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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