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 칼럼] 김정일 와병, 촉한 유비 연상케 한다

  • 입력 2008.09.19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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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수술 이후 북한의 위기 관리 체계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병세가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완전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고 예상하면 병상통치가 불가피 할 것이고, 만약 사망한다고 한다면 예측불허의 사태가 전개될지 모른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군부가 통치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나 북한실정을 잘 아는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군을 잘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군부의 불만이 없어 이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군부보다 당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삼국지의 촉한 유비를 연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병원인은 심장질환·당뇨에다 7월 1일부터 45일간 군부대·농장·기업소 등 현장지도의 과로 등이 원인이었다. 촉한의 유비는 처참한 전쟁패배가 발병의 원인이었다.

유비는 촉한의 천하요충인 형주 땅을 잃고 40년 의형제인 관우가 손권에게 참수 당하자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했다고 한다. 관우의 원수를 갚고 형주를 꼭 되찾아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중신들의 간곡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산없는 전쟁을 오기로 밀어 붙였다. 오나라는 젊은 육손을 총사령관으로 발탁해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유비는 손권과 육손을 우습게 보는 실수를 범했다. 유비는 육손의 작전에 말려들었다. 유비는 몇 번이나 결전을 유도하면서 싸움을 걸었으나 육손은 전략적 후퇴만 거듭했다. 유비군의 보급선은 점점 길어져 장강 연안 700리에 걸쳐 40여채의 진영이 늘어서게 됐다. 주변 참모들이 이 점을 우려하여 유비에게 촉군의 배치 상황을 공명에게 보일 것을 건의했다. 공명은 급사가 보낸 배치도를 받아보고 크게 놀라 폐하에게 이를 건의한 사람은 당장 목을 쳐야 한다고 말한다. 황제 스스로가 한 일이라고 하자 이제 촉군은 참패를 면할 길이 없다면서 깊게 탄식했다. 육손은 촉군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였으며, 유비는 야밤 중에 목숨만 건져 백제성으로 도망쳤다. 이릉대전에서 유비군은 재기불능의 타격을 받았다. 패전의 충격에 유비는 몸져 눕는데 병환은 점점 깊어졌다.

유비는 병세를 짐작하고 승상 공명과 상서성 이엄을 백제성으로 불렀다. 황태자 유선은 성도를 지키게 하고 이남 유리와 삼남 유영과 함께 갔다. 유비는 공명을 보자 “승상을 만나 제업을 이루었으나 마지막 승상의 말을 듣지 않다가 이 같은 낭패를 당했다. 후회 막급하다. 내 자식 미급하니 승상이 잘 지도해 달라”고 당부하고 공명을 가까이 오라 하여 등을 어루만지면서 “만약 내 자식이 도울 만하면 돕고 그렇지 못하면 승상이 직접 촉한의 주인이 되어 큰 일을 이루라”고 말한다. 유비와 공명은 역사상 가장 순수하고 모범적인 군신관계로 칭송되고 있다. 유비는 두 아들을 불러 공명에게 절하게 하고, “너희 형제는 앞으로 승상을 아버지처럼 모시면서 지도를 받으라”고 당부한다. 공명은 유비와 유선의 2대에 걸쳐 27년간 2인자로서 훌륭한 치적을 남겼다.

김 위원장도 유비와 같이 거론되는 아들이 셋이다. 정남(37), 정철(27), 정운(25)이 있다. 김 위원장이 촉한의 유비처럼 제갈공명 같은 2인자가 있는지 의문이다. 김 위원장은 32세에 후계자로 지명되어 김일성 사망 때까지 20년간 통치행위에 직접 관여했다. 후계자 승계에는 문제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의중이 어떻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아니하였다. 바로 후계자를 지명할 경우 단독 통치가 어려울 것이다. 촉한의 유비처럼 후계자의 장남 유선에게 제갈공명의 2인자를 천거하는 방법이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지명하고 보좌할 최적의 2인자를 지명하면 권력승계는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모른다. 후계자로는 중국정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고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원하는 장남 김정남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다면 보수강경 노선의 선회로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대미관계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당·정·군의 집단지도체제를 예상할 수도 있으나, 북한체제의 속성상 가능할지 의문이다. 김 위원장이 사망해도 김 위원장 측근들이 권력 핵심에 포진돼 있기 때문에 무정부 상태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만약 정권이 붕괴된다면 제일 먼저 중국 군대가 주둔할 것이다. 이 경우 미군과 한국군도 반드시 다국적군으로 북한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후계자구도의 안착, 군부의 권력장악, 집단지도체제 전환, 무정부 상태 등 다각적인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변 4강인 미국·중국·소련·일본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과 관계 개선은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역점을 두면서도 통일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국들의 이해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동독의 붕괴가 통일로 이어진 것은 서독의 외교력이 초석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북한도 세습 60년 지배의 최빈국·인권사각지대·국제사회 고립의 철옹성에서 변혁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누가 집권하든 중국과 소련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우선 국민을 잘살게 하고 개혁·개방으로 인권을 신장시키고 핵무기 포기 등으로 국제사회 고립을 막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경남대 전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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