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창원 중부경찰서장의 부적절한 기고

  • 입력 2008.09.22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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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중부경찰서장인 강선주 총경이 김해 소재 모 지역 신문에 불교계의 집단행동을 불법집회로 훈계하는 기고를 게재해 다소 잠잠하려 했던 종교계의 갈등에 다시 불을 지펴 국민적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통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강 총경이 불교계를 훈계한 그 용기와 정신으로 과거에도 타 종교의 불법행위를 비판했다거나 일 년이면 수도 없이 미디어매체의 지면을 뒤덮는 자신이 속한 경찰조직의 비리나 부패행위를 훈계한 기고전력이 있었다면 존경받을 만한 경찰이다. 그런데 어디를 뒤져봐도 그가 경찰 내부의 모순과 타 종교의 탈법시위를 고발 기고한 사례가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의 화근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 하여 시기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강 총경의 기고가 공권력인 치안질서 확립을 당부한 경찰간부로서 안타까움이 깃든 단순한 소회라 하더라도 때가 때인 만큼 공직자로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드세다.

좋은 기고가 때를 잘못 선택해 용비어천가나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비쳐진 점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정부, 경찰총수와 국회는 강 총경만큼 생각이 모자라서 공직자들의 종교편향 금지에 대한 법제화를 서두르고 불교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종교계라기보다는 악의 축 같은 사이비 교파나 광신자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항상 그들이 일으킨다.

장자는 그런 경우를 비유해 정중지와(井中之蛙)라고 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다.

공직자의 기고는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나 강 총경의 단상에는 그 공평함은 거두절미 된 채 특정종교를 지나치게 자극한 독소조항이 문제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독도를 지키기 위한 영토전쟁이 아니라 종교 전쟁터가 되려 한다. 이 전쟁의 단초는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또 하나의 실수는 강 총경이 지시했건, 창원중부경찰서의 홈페이지 관리자가 과잉충성을 했건 간에 강 서장이 언론에 법질서를 강조하며 특정종교의 집회를 훈계해 놓고 그 교단의 신도나 누리꾼들이 경찰서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비판을 하자 그 댓글들을 불건전한 악플이라며 자유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버린 점이다. 물론 비판이 거세지자 하룻밤 만에 다시 개방했지만.

필자는 세 번씩이나 연임을 위촉 받은 창원지방법원의 홈페이지관리위원이다. 법원에도 수많은 비방과 비판이 쏟아진다. 위원인 필자조차도 법원장이 동석한 위원회에서 사법부의 부당성을 신랄하게 비판할 때도 있다. 그러나 법원장은 물론 관리위원으로 함께하는 법원 고위간부들과 중견판사들에게서 홈페이지관리위원회를 폐쇄하자는 얘길 들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그런 비판을 반면교사로 받아들여 국민을 위한 민주적 사법부로 거듭나려고 애쓰고 있는 태도가 확연하게 눈에 뜨인다.

비판을 가했다면 되돌아오는 비판의 돌팔매에 당당하게 맞서는 게 기고자의 기본적인 상식이다. 비판을 해놓고 칭찬만 기다렸다면 바보지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경찰이 소지한 권총이나 곤봉의 사용이 악당들을 겨냥한 정당방위일 때 나무라는 국민들은 없다. 그러나 이번 강 총경의 기고나 자유게시판의 폐쇄는 ‘정당방위’가 아니라 국가나 지역을 분란의 싸움터로 몰아넣는 ‘훼방방위’라는 식자들의 우려가 더 높다. 표현의 자유는 경찰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잘못해 사시처럼 흉측하게 돼버린 용안(龍眼)처럼, 화씨벽이란 옥에 생긴 티처럼, 부적절한 단어 하나 때문에 일그러진 영웅으로 전락해버린 강 총경의 유려하고 단정한 문장이 논객인 나로서는 매우 안타깝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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