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 언제까지…

승인201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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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지난 197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부자(父子)시리즈’ 한 토막이 생각난다.

 아버지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대중탕에 갔는데, 아버지가 욕탕에 들어가 “아 시원해”라고 하자 아들은 아버지 말만 믿고 욕탕으로 뛰어들었다. 시원하다던 욕탕의 물은 너무도 뜨거웠다. 깜짝 놀란 아들이 욕탕 밖으로 나오면서 “이 세상에 믿을 ×이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략)…

 요즘 우리가 맞고 있는 시대상황이 부자간의 대립과 갈등처럼 혼란스러운 것 같아 걱정이다.

 남북문제가 그렇고, 조폭집단 같은 요즘 여야 정치권(국회)의 모습이 할 말을 잃게 하고 있다.

 한발도 양보하지 않는 요즘의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과연 국민은 무엇을 느낄지 정치인들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 힘 있는 여당 편에 서서 거대 야당과 대립하는 최근의 군소야당을 비롯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갈등상황이 부자시리즈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북한 김정은의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 식의 미사일 발사현장을 비롯해 우리사회에도 믿을 일도, 믿을 사람도, 믿을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아 이 사회가 어디로 갈지 답답하다.

 내 편의대로, 내 주장대로, 내 욕구본능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 우리 모두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 1960년대 100여 불에 그쳤던 국민소득이 이젠 3만불 시대로 우리는 무려 300여 배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절대빈곤층을 크게 줄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 국민 개개인의 불만은 과거 빈곤했던 그 시절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다 같이 가난했고, 비록 지금은 과거에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 자기보다 월등히 나아진 상대방을 보고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기 때문에 갈등은 더욱 심한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삶의 질이 나아진 이유가 비정상적인 방법이었다거나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불만의 심도가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경제와 관련된 대부분의 가치기준이 상대적 개념으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은 6·25의 비참함과 50·60년대 춘궁기의 가난을 직접 체험하지 못해 순전히 이러한 문제들을 관념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고로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난제중의 하나가 가치기준의 혼란과 국민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불신과 피해의식의 만연으로 세대 간의 갈등해소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근로자들은 그동안 개발우선 정책의 그늘에 가려 희생해 왔고, 그동안 유보됐던 그들의 몫을 찾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교육자들은 정부의 통제로 교육의 본질이 왜곡되고 교원들의 복지와 권리가 침해당해왔다며 교육의 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최고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경찰과 공무원들도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 오고, 권리주장을 억제해온 이 시대의 피해자라며 무사안일의 방법으로 반항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보이고 있다.

 특히 음성적인 고소득을 누려왔던 불로소득자들도 조세정책 강화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한심할 뿐이다.

 또 부동산 투기에 가담해 보지 못한 다수의 국민들은 바보스런 자신들의 행동을 원망하며 투기꾼의 횡포에 대한 피해자로 여기고 있어 이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쯤 해야겠는데 입을 열면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 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사회는 이와 같이 개인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이 불균형을 이루는 데서 빚어지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러한 피해의식은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돼 기회선점과 한탕주의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태가 마치 페스트처럼 전 사회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는 데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 여기에 현사회의 문제와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은 바로 이런 피해의식이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는 부와 명예, 권력에 대한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질 때 실현될 것이다.

 이제는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기에 부와 명예, 권력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두가 나보다는 가족, 우리사회, 국가발전을 위해 가슴을 활짝 열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배성호기자  baesh@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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