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길 칼럼] 하루살이가 딱하다고…

  • 입력 2008.09.29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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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을 사는 하루살이는 아침나절에 결혼하고 오후에 환갑잔치하며 석양이 저물며 장례식장에서 곡소리가 난다. 한철을 사는 여치가 하루살이가 딱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루 밖에 살지 못하면서 저 난리라고 말이다. 개미가 보기에는 여치가 더 가소롭다. 매일 일은 하지 않고 나무 그늘 밑에서 노래나 부르며 살다가 찬바람이 불면 하루 저녁에 끝날 인생인데 남 비웃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 역시 이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싸우고 죽이고 천년을 살 것 같이 으르렁 거리지만 백년도 못살기 때문이다.

하루가 인간세상의 50년에 해당하는 사천왕의 눈에는 인간도 하루살이나 여치나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사천왕의 눈에는 ‘이틀 살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듣기에 따라서는 짧은 인생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대충 살라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나절을 살면서도 한 생명체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열심히 사는 하루살이의 일생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한번쯤 뒤돌아보라는 의미다. 또한 아주 짧은 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우주 만물은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고 변한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변하고 세상을 호령하던 수많은 영웅호걸도 불로초를 먹은 진시왕도 끝내는 죽어갔다. 사람의 마음도 찰나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가 곧 거품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또 다시 다른 생각을 한다.

이렇듯 모든 우주만물은 잠시도 한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살아 움직이는 것은 그 변하는 속도가 더더욱 빠르다. 그러니 한 순간 순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남에게 손가락질 받아가며 살 필요는 없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가 생각하고 우리가 말하고 우리가 행동한 것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언젠가는 그에 대한 결실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고운 말과 선한 행동은 크고 빛깔 좋은 열매를 거둬들일 것이고 나쁜 말과 악한 행동은 벌레 먹고 작은 열매를 거둬들일 것이다.

사과나무를 심으면 사과가 열리고 배나무를 심으면 배가 열리는 것은 진리이다. 좋은 원인에는 좋은 결과가 있고 나쁜 원인에는 나쁜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흔히 쓰는 말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씨를 뿌린다고 금방 싹이 나고 금방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 돼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기를 “금생에 지은 악업의 과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심하지 말라. 아직 그 열매가 익지 않았을 뿐이다. 금생에 지은 선업의 과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지 말라. 아직 그 열매가 여물지 않았을 뿐이다.” 고 했다.

그 집안을 보면 그 집안의 조상들의 살고 간 흔적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상이 선하게 살고 간 집안에는 그 후손 중에 큰 인물이 났든지 큰 부자가 났든지 아니면 후손이 번창 하든지 셋 중에 반드시 하나는 있다고 한다.

우리는 3대가 적선을 해야 후세에 경사가 있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수차 들어왔다. 할아버지의 선행이 손자의 밑거름이라는 말은 우연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르고 양심껏 살다 간 사람은 아무리 높고 깊은 골짜기에 묘를 써도 그 앞으로 임도가 난다든지 길이 만들어져 후손들이 쉽게 찾아와 수 백 년이 지나도 묵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명당에다 묘를 써도 주변 환경이 나빠져 흉터로 변해 후손이 끊어지거나 자손이 찾아오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다는 것이다.

노름판에서 천금을 딴들 그 돈으로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그 돈으로 집을 지으면 집에 우환이 끊이지 않고 자식 공부를 시키면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고급 승용차를 사면 사흘이 멀다고 고장이 날 것은 뻔하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돈 잃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 이익을 위해 남을 괴롭히고 내 무능한 것은 탓하지 않고 잘 못되면 모든 책임을 밑에 사람에게 덮어씌운다. 출세를 위해 간까지 빼줄 듯이 알랑거리다가 막상 목적을 이루고 나니 도와준 사람을 헌신짝 취급한다. 눈에 거슬린다고 온갖 트집을 잡아 부하 직원을 쫓아낸다. 이웃의 도움과 친구의 지혜를 빌어 큰돈을 벌었지만 고마움을 모른다. 다 자기가 잘나 벌었다고 한다.

1년에 1억을 벌면서도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늘 불만이다. 아이들 학비에다 전기세, 물세, 통신비, 차 기름 값을 내고 주머니는 늘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수 십 억대 빌딩을 가지고 월세만 수 백 만원을 받아 살면서도 살기 힘든 다는 소리를 달고 있다. 그러면서 할 것은 다한다. 골프채를 들고 산으로 올랐다가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나갔다가 하루해가 짧다.

남들은 타고난 상팔자라고 부러워 하지만 진작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의 입에서도 어느 놈은 팔자가 좋아 수백억대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사는데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세상을 향해 욕한다.

이 세상의 금 덩어리를 다 갖다 부어도 채워지지 않을 그 곳간인데 말이다. 이처럼 부실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주위에 흔하다. 그러한 마음 씀씀이로는 천년만년 내 손에 움켜쥐고 있을 것 같은 금송아지도 일순간에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만다. 천년만년 회전의자에 앉아 영광을 누릴 것 같지만 곧 자기도 그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세월은 잠깐, 한잠자고 나니 석양빛이라…. 뒤늦게 정신 차리고 되돌아본 세월은 ‘명예와 재물은 풀잎의 이슬 같고’ ‘힘들고 영화로운 일은 저녁 하늘 연기’ 처럼 허망하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많은 재산도 명예도 한 순간이요 영원히 내 것은 없다. 잠시 맡고 앉았을 뿐이다. 바람처럼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논어에 신종추원(愼終追遠)이란 말이 있다. 좋은 결과를 바란다면 먼 원인이 되는 시작을 잘하라는 뜻이다. 가을에 굵고 빛깔 좋은 사과를 거둬들이려면 사과나무를 심고 잘 가꿔라.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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