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부러움보다 존경받는 공직자가 좋다

  • 입력 2008.10.01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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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두 가지의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출세와 재물의 축적으로 부러움을 받는 사람들이고 하나는 명리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면서도 존경받는 사람들이다. 부러움을 받는 쪽에는 시샘이 따르고 암투가 있지만 존경받는 쪽에는 안정과 기강이 저절로 확립된다. 공기관이나 사회조직에 내부에도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다면 정부와 조직은 저절로 건강해질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의 패자였던 환공이 신하 관중의 병석을 몸소 찾아가 후사를 부탁했다. “누가 후임자로 적합한가? 그대의 가장 친한 지기인 포숙아는 어떻소?”라고 묻자“안 됩니다. 포숙아는 성격이 강하고 잔인합니다. 고집이 세고 강하면 백성을 난폭하게 다스리고 아랫사람이 따르지 않습니다.”

환공이“수조나 위나라 공자 개방과 역아는 어떻소?” 재차 묻자 “안 됩니다.수조는 출세를 위해 거세까지 한 자로 조상에게 받은 몸을 천시하는 자가 어찌 상전의 몸을 아끼겠나이까. 공자 개방은 불과 10일이면 갈 수 있는 곳에 부모가 계시건만 영달을 위해 15년 동안이나 부모를 찾지 않았으니 이런 자가 어찌 군왕에게 진정한 충성을 바치겠습니까. 역아는 대왕께서 맛보지 못한 요리가 사람고기 뿐이란 것을 알고는 제 장남을 삶아 바쳤으니 인륜을 버린 자가 어찌 대왕의 측근이 될 수 있나이까.”라고 극구 만류했다.

“그럼 대체 누가 후임자로 족하겠소.” 하문하자 “습붕이 좋습니다. 그는 마음이 진실하고 청렴결백하며 욕심이 없고 신의가 두텁습니다. 인망이 이러하다면 상하가 고루 복종하고 따르며 대왕께는 더 없는 충직한 보좌역이 될 것입니다”

관중이 죽자 환공은 평소 성격이 너무 딱딱해 부담스러운 습붕보다 입안의 혀처럼 편안한 수조에게 정사를 맡겼으나 수조는 왕이 여행을 떠나자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거머쥐었고 환공은 저자거리에서 굶어 죽고 말았다. 한비자(韓非子) 십과(十過)편에 실린 고사다.

중국 선종의 마조선사란 분이 한 때 고향에 들르자 그 고장의 수령이 고을 경계까지 마중 나와 읍을 할 정도였지만 고향동네에 들르니 마조를 본 노파 하나가 “누군가 했더니 쓰레기 청소하던 놈의 아들 이었구먼”하고 다가와 선사의 중머리를 자식 머리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체면을 구긴 그 노파에게 불쾌감이 앞섰을 것이나 마조선사는 그 노파를 노모처럼 등에 업고 어린애같이 어리광을 부렸다고 한다.

평소에 선사가 선당에 머물 때면 고위관리가 인사를 와도 마중을 하지 않았지만 신분이 낮은 상민들이 찾아오면 버선발로 나가 반겼다. 제자가 이유를 묻자 “학식과 지혜를 겸비한 사람들은 내가 마중하지 않은 뜻을 알지만 생각이 짧은 사람들은 푸대접으로 착각하고 반겨야 좋아하니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다.”라고 말 했다.

가끔 도내 지역의 관청이나 자치센터에 들를 때가 있다. 특히 민원부서나 자치센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친절하고 단정한 태도를 대하면 그날 하루가 행복해진다. 몇 년 전인가? 자동차번호판을 교체하고자 진해시청을 갔는데 주차장에서 민원실이 너무 멀어 보이고 때가 삼복인지라 혈압이 높은 나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차 안에서 마침 동행한 NGO간부에게 대신 처리를 부탁했는데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며 담당 직원은 민원실에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주차장까지 직접 걸어 나와 내가 본인임을 직접 확인하고 서류를 처리해준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담당공무원을 생각하면 처갓집 말뚝처럼 고맙게 느껴진다. 금년 봄 여권연장 때문에 도청에 갔는데 여권담당직원은 아내가 모르고 미처 기록하지 못한 서식을 친절하게 대신 적어주며 환한 미소로 설명해줬다, 우리 내외는 온종일 행복했다.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이처럼 말 한 마디와 몸짓 하나에서도 행복은 느껴진다.

며칠 전 그린벨트 내의 개 짖는 소음과 새벽 쓰레기 태우는 냄새 때문에 진해시청 도시과에 민원을 제기하러 갔을 때도 담당 직원들의 예절바른 태도와 답변에서 진해의 희망적인 미래를 봤다. 시민들은 공직을 부러워하는 철밥통보다는 존경받는 공직자로 남길 바라고 있다. 여러분들이 경상남도와 우리 지역을 향기로운 정원으로 일궈주는 주인공들이니까.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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