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 주인공, 안광숙 시인

개천문학 신인상·김유정신인문학상 등 이름 알려
일상 속 대상을 새로운 언어·이미지로 표현
승인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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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광숙 시인.

 멸치 똥 / 안광숙

 멸치 똥을 깐다
 변비 앓은 채로 죽어 할 이야기 막힌 

 삶보다 긴 주검이 달라붙은 멸치를 염습하면
 방부제 없이
 잘 건조된 완벽한 미라 한 구
 내게 말을 걸어온다
 바다의 비밀을 까발려줄까 삶은 쓰고
 생땀보다 짜다는 걸 미리 알려줄까, 까맣게 윤기 나는 멸치 똥

 죽은 바다와
 살아있는 멸치의 꼬리지느러미에 새긴 
 섬세한 증언
 까맣게 속 탄 말들 뜬눈으로 말라 우북우북 쌓인다 

 오동나무를 흉내 낸 종이관 속에 오래 들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팔려온
 누군가의 입맛이 된 주검
 소금기를 떠난 적이 없는
 가슴을 모두 도려낸 멸치들 육수에 풍덩 빠져
 한때 뜨거웠던 시절을 우려낸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뼈를 남기고
객사한 미련들은 집을 떠나온 지 얼마만인가

 잘 비운 주검 하나 끓이면
 우러나는 파도는 더욱 진한 맛을 낸다.

 

 

 

 안광숙 시인이 문학수도인 하동군이 주최하고 토지문학제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에 시 ‘멸치 똥’이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산청에서 태어난 안광숙 시인은 현재 사천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좌를 수강하면서 시를 쓰게 됐다. 시를 쓴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개천문학 신인상과 김유정신인문학상, 경남문학신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고 현재 마루문학 회원으로 활동 중인 실력파 시인이다.  

 지난 4월부터 공모를 시작해 9월 10일 마감한 평사리문학대상 공모에서, 전국 각지의 등단 5년 이내의 문인들과 신인들이 시 1100여 편, 소설 180편, 수필 275 편, 동화 73 편을 응모했다. 가장 치열한 시부문에서 안광숙 시인이 당당하게 대상을 차지하게 됐다

 안광숙 시인의 당선작 ‘멸치 똥’에 대해 “포장박스 속의 멸치를 ‘잘 건조된 미라 한 구’로 바라보면서 ‘오동나무로 흉내 낸 종이관’ 속에 놓인 애잔한 먹거리로 치환시킨 상상력은 매우 신선하고 돋보였다”며 “또한 시어와 시어, 행과 행의 보행을 유장하게 이끌면서도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 점은 다른 작품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함께 보내 온 ‘방충망’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심사위원들은 흔쾌한 마음으로 2019 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 당선작으로 민다”고 심사위원들은 호평을 했다.

 아울러 “자신이 일상에서 만난 대상을 새로운 언어,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하려는 치열한 몸짓”을 보인 점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2일 오후 4시 최참판댁 야외공연장에서 가진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안광숙 시인은 “문학 수도인 하동에서 분에 넘치는 큰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참된 시인의 삶에 대해 틈틈이 피력해 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시인 박종현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함께 공부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문우님들과 마루문학 회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저 자신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시를 쓰도록 매진하겠습니다”며 주변의 문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과 함께 시적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 당선자에게 수여된 시상금은 500만 원이다.

 

 

/이민재기자  lmj@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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