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 법률칼럼] ‘얼굴 없는 살인자’ 악플, 그 오만함에 대하여

  • 입력 2019.11.04 12:06
  • 수정 2019.11.04 14:16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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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플러 고소를 한 번 해봤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유명한 대학에 다니는 동갑내기 학생이더라고요. 선처하지 않으면 빨간 줄이 그어진다고 하고, 취업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고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와 선처를 해줬어요”

 지난 달 14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스물다섯의 설리가 한 예능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설리는 몇 년 전부터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고,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연예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그 후 화제가 된 건 그의 SNS. 설리가 올린 모든 사적인 사진들과 연애사는 기사화됐고, 지나친 관심과 자극적인 보도로 인해 악플러들의 표적이 됐다. 

 물론 악플로 고통 받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악플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목소리들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이런 다짐을 했냐는 듯 ‘악플 근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금세 사라지곤 한다. 그것도 모자라 ‘악플도 관심’이라는 식의 배려 없는 둔감함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행법상 악플러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두 가지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한다. 즉, 사람을 비방할 목적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뜻하는 ‘공연성’이 있어야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되는 것이다.

 악플러가 게시한 내용이 진실 또는 허위인지 여부는 처벌의 경중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내용이 진실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고, 허위사실인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성립한다. 모욕죄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같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채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표현했을 때 죄가 성립하고, 비방의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타인의 외부적 명예가 침해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차이가 있다.

 또한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피해자가 처벌 불원의 의사를 표시해야만 처벌할 수 없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다르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욕설, 비하, 성희롱적 표현으로 이뤄진 대부분의 악플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설리의 사망 이후 정치권에서는 소위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플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에는 ‘준 실명제’를 적용해 불법 정보에 혐오 표현 등을 포함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혐오 표현 등을 삭제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으로는 인터넷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까지 막지 못할 것이며, 건전한 비판이나 표현의 자유까지도 위축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법적 규제에서 나아가 근본적 인식 변화 등, 더 기저에 자리한 문제 해결을 통해 보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조성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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