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적(敵)과 동지(同志)

  • 입력 2020.02.23 11:48
  • 수정 2020.02.23 17:31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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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웅 경남언론포럼 고문
▲ 박소웅 경남언론포럼 고문

 지금 한국인들은 보수와 진보란 이념의 틀 속에 갖힌 채 잠을 잃어버리고 수많은 갈등 속에 살고 있다.

 OECD 18개국 가운데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39분으로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OECD 국가들의 평균수면(잠자는 시간) 8시간 29분인데 반해 평균 50분 정도나 적게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이념의 굴레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소리다.

 지금 사회는 좌와 우의 진영논리보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져 5G세대에 사는 사람들은 정치 사상의 굴레보다 개인적 영역에 더 심취해 있으면서 무자녀-child free life style-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상이다.

 이런 사회현상 속에서도 정치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정치행위는 우리 생활의 진폭을 결정짓는 행위기 때문에 예사롭게 넘길 수는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인 전성철은 그의 책 ‘보수의 영혼’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극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자유와 선택’을 지키고자 외치는 사람들이 바로 보수(conserrative)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진보(progressive)는 ‘평등과 공평’을 추구하는 명령체계를 갖춘 집단이라고 설명하면서 4월 선거를 앞두고 각 진영(陣營)간에는 처절한 정치이념 투쟁이 극대화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문명 사회에서는 이미 사상의 자유시장이 지배함으로써 적과 동지로만 구분되는 정치현상은 배척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다원화된 사상의 자유시장에는 반드시 말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 즉,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실현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표현의 자유확장에 앞장선 사람은 영국의 사상가 존 밀턴(1608~1674)이다. 그는 1644년에 발표한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pica)’ 즉, 표현의 자유란 책 속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을 강조하면서 ‘진실과 허위를 공개적으로 대결하는 것이 진리를 확보하는 최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밀턴은 “나에게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말하고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자유”가 바로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정확하게 밝힌 바 있다.

 최근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최장집 교수는 한국에서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원인은 모든 정치 집단들이 적(敵)과 동지(同志)로 구분하면서 자기집단에 동의(同意)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집단 배척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배타적 정치행위는 독일의 법 철학자인 칼 슈미트(carl schmitt)가 주장하고 있는 이론과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정치집단들은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우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 대중 선동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세력들은 ‘적과 동지’라는 정치이념의 배분(配分)에만 혈안이 돼 있어 정의와 진실을 공유해야 할 도덕적 기준을 파탄시키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자기 집단이 실행하는 모든 사상적 이념은 모든 것이 선(善)이며 진실이라는 치명적 아집(我執)에 빠져 있어 통합적 정치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사상의 편협이 바로 ‘일반의지’처럼 생각함으로써 파탄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의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과 동지로 구분하면서 끝없는 원한의 칼을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에 지금 사회가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적과 동지, 정의와 부정이 뒤엉켜 각 집단의 사적(私的)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다.

 무엇보다 사상의 자유시장이 붕괴된 사회는 바로 소멸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이제 4월 15일이면 시민 스스로가 정의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판단을 요구하는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된다.

 편협한 정치집단의 진영논리에 지배되는 절망적 이념의 진행은 시민 스스로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물론 선거란 정치이념의 공동체가 추진하는 정책을 보고 지도자를 뽑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보여줬던 탈선과 배반의 영욕을 이제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서양 속담에 선거란 나쁜 짓만 하면서 제 이익만 챙기는 인간 가운데서도 좀 ‘덜’ 나쁜짓을 하는 인간을 뽑는 행위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원동력은 바로 사상의 자유시장을 발전시키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위선이나 감언이설에 능한 정치인은 반드시 퇴출시킬 수 있는 유권자의 용기와 주체적 자주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위선으로 포장된 정치집단의 몰염치는 반드시 배척돼야 한다. 그것은 변혁이란 이름아래 합리적 정의를 부정하면서 민주적 시민정신과 사상의 자유세계를 외면하는 집단을 유권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극단적 정치이념은 민주주의 실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는 정치행위만이 새로운 역사의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모든 사회내부가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적 정치행위는 역사 발전에 결정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것을 동서고금을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사상의 자유속에서 소박한 믿음이 건전하게 통할 수 있는 합리적 정치행위가 반드시 실행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건강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민주적 초석(礎石)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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