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부처님의 귀처럼 크고 깊구나
솜털 송송 여린 작은 몸으로
고즈넉한 산사 돌탑처럼
귀를 열어 묵묵히 들어주는 넓은 마음
잔설이 늦잠을 자는 겨울 끝자락에
큰 귀를 내어놓고
칼바람도 이겨내는 당당한 모습
겨우내 깊은 침잠에 들었던
숲의 정령들
앞다투어 하나둘 일어나
각자의 꿈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하루
그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려
먼저 일어나 귀를 펼치니
네 온몸이 숲의 이야기책
◆시작노트
노루귀는 앞만 보고 가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꽃이다.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눈 밭 사이에서도 꽃을 피우는 추위에 강하고 아름다운 꽃이다. 노루의 크고 넉넉한 귀를 닮은 노루귀처럼 남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려 주며 어려운 환경을 함께 이겨 내자는 의미에서 이 시를 공유하고자 한다.
◆박준희 시인 약력
창원 거주, 시 전문지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추천으로 등단.
시사모 동인지 공저: 내 몸에 글을 써다오, 나비의 짧은 입맞춤.
시사모 동인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