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견리사의(見利思義)

  • 입력 2020.06.23 12:04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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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 노종욱 기자.

 ‘눈앞에 이익(利益)이 보일 때 의리(義理)를 생각함’.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나오는 글로 ‘이로움을 보거든 의(義)를 생각하라.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을 보더라도 먼저 옳은 일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는 1972년 8월 16일 보물 제569-6호로 지정된 안중근의사 유묵(安重根義士遺墨) 20점 중 제6호로 부산광역시 서구 동대신동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안중근은 글씨에도 뛰어나 많은 유필(遺筆)이 있으며 옥중에서도 여러 장의 글을 남겨 현재 전하는 것이 20여 점에 달한다. 이 유묵은 안중근의 유묵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이라고 쓰여져 있다. 즉‘이로움을 보았을 때에는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당했을 때에는 목숨을 바치라’는 뜻의 글귀이다.

 논어(論語) 헌문(憲問)편에서 제자 자로(子路)가 완성된 인간에 대해 여쭙자 공자(孔子)가 답한 이야기에서 나온다. “완전한 인격자가 되려면 모두 노(魯)나라의 대부인 장무중(臧武仲)의 지혜, 맹공작(孟公綽)의 무욕(無慾), 변장자(卞蔣子)의 용기, 제자 염구의 재주를 갖고 예악을 겸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할 때엔 “이익 될 일을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운 것을 보면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한 그 말들을 잊지 않는다면 완성된 인간(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불망평생지언 역가이위성인의)”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2일부터 15일까지 산청군은 경남도로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감사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감사라는 것이 지적을 위한 지적이라는 점에서 일상적이기도 하지만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 방지와 주민들을 위한 적극 행정의 점검의 위한 자리이기도 해, 어떻게 보면 미래를 위한 채찍질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감사에 산청군이 지적을 당한 것들 중에는 업무를 처리함에 미숙하거나 착오였던 것들도 있었고 또 다분히 업무에 대한 착오라기보다는 다분히 고의성이 있었다고 오해할 만 것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 처리의 오류부분에서 당시 해당 과장이었던 사람이 업무적 전횡에 대한 지적사항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담당자들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산청군은 예전부터 ‘18개월’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이 ‘18개월’의 전통은 산청군의 후배 공무원들을 위한 아름다운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정년을 앞둔 선배 공무원들이 1년 6개월이 남은 시점에 공로연수 등, 아름다운 퇴진으로 후배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선배들의 노고와 수고에 찬사를 보내며 후배들에게는 대민봉사의 사기진작을 위한 묵시적인 전통이었다.

 하지만 산청군은 어느 샌가 누군가로부터는 그 전통이 사라졌다. 후배에 대한 배려와 격려보다는 이기와 욕심만 가득했다. 책임보다는 전가(轉嫁)에 충실했고 그로인한 전도유망(前途有望)한 후배들의 명퇴와 징계로 이어졌다. 오호 통제라~.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했다. 자고로 선비는 일신(一身)의 욕심보다는 대의(大義)를 중시했으며 책임지는 모습에 따르는 무리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았었다.

 그러한 모습 때문에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이 살아 숨 쉬는 산청군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고 있다.

 지금 산청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의 논쟁이 불같이 일고 있다. 내용을 접하는 사람마다의 해석은 달라지겠지만 필자는 대놓고 ‘10년 이상 사무관 노릇을 했으니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해라’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온갖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지만 당사자들은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인내심과 맷집은 가히 경이롭다.

 예전 800만명의 흥행기록을 세운 ‘친구’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난다. 조직의 보스였던 주인공이 부하들의 온갖 죄를 오로시 덮어쓰고 사형을 언도 받자 주위에서 왜 그렇게 했냐고 물으니 하는 말 “쪽 팔린다 아이가~”.

 한번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후배들의 허물조차도 자기 책임이라며 묵묵히 길을 걷는 사람과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해 놓고도 그 책임을 후배들에게 전가(轉嫁)하고 불이익이 돌아가도 묵묵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을…. 분명 시간이 지나면 진실과 과오는 드러나는 것이다. 제발 쪽 좀 그만 팔자!

 엄연히 남명 선생의 정신이 살아있고 성철 큰 스님의 가르침이 살아 숨 쉬는 선비의 고장 산청군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의명분(大義名分)은 가져야 할 것 아니겠는가?

 욕심보다는 ‘같이’의 ‘가치’가 더 절실해지는 지금 ‘친구’의 명대사가 깊이 새겨지는 오늘이다.

 “고마 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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