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칼럼] 명예(名譽)를 선택한 박원순 서울시장

  • 입력 2020.07.12 12:12
  • 수정 2020.07.14 10:43
  • 기자명 /김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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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수 기자.
▲ 김덕수 기자.

 지난 9일 오후,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박 시장 자녀가 경찰과 119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지?”, “설마?”…. 그러나 옛말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뇌리를 벗어나지 못할 즈음, ‘설마’는 결국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섰다.

 박 시장과 나는 고향 친구다. 박 시장이 후배이긴 하지만 친구 같은 마음으로 60~70여 년을 고향 창녕의 미래, 시민운동가로 인권변호사 시절의 어려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번뇌(煩惱) 등, 일일이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많은 고뇌(苦惱)를 얘기로 풀어왔었다.

 박 시장 그는 980만 서울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서울시장을 3번 연임하고 이 나라 선출직 ‘넘버2’ 자리인 차기 유력 대권주자라는 지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박 시장 성격은 내가 너무 잘 안다. 자신보다 명예(名譽)를 더 존중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그는 시민운동가로서 명예(名譽)가 정치를 통해 훼손되는 것을 걱정했는데 그 기우(杞憂)는 현실이 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그를 이끌고 말았다.

 대쪽 같던 사람이 ‘미투’에 휘말렸던 자체만으로도 견딜 수 없이 괴로워했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온다.

 수사당국은 그에 대한 고소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지만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최근 발생한 광역단체장들의 ‘미투’ 사건을 지켜보면서 양심과 정의의 사도로 믿었던 그들의 행위에 분개감 마져 들게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미투’ 사건에 휘말리면서 세 사람의 선택과 행로는 달랐다.

 안희정 전 지사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혐의는 인정했지만 형량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자신보다 명예(名譽)를 선택했다. 구차한 변명 대신 죽음으로 모든 것을 안고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시민주의자 박원순 시장의 명예선택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민주주의와 시민주의를 사랑했던 박 시장이 부디 하늘에서는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평화로운 영면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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