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쓸다가’
노을을 등에 업고 매실 하나 툭,
떨어진다
데굴데굴 구르더니 하필이면 내 발 앞
나더러
어쩌란 건지
피할 수 없는 조우인 걸
한쪽은 멍이 들고 반대 뺨엔 흐른 진액
네 삶도 녹록하지 않았다는 오체투지
혀끝이 얼씬하도록 풀어내는 시큼함
벌레 먹은 네 빈 속 송그릴 틈도 없이
내 머릿속 벌거지 빨리 잡아 버리라고
생의 끝
내게로 와서
설법을 하고 있다
◆시작노트
생각이 말을 만들고 말이 행동을 만든다는 말에 절실하게 공감하는 날이었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한때는 너덜겅이었다. 그 너덜겅을 건너 산비알을 지나 또 산만디에 올랐다가 다시 평지에 다다랐을 때 어쩌면 그 평지 끝에서 붉은 노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노을이 물을 것이다. ‘잘 살았느냐고,’ 그때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좋은 생각으로, 열정을 다해 매 순간을 즐기면서 후회 없이 살걸.
저만치 노을을 앞에 두고 마당을 쓸다가 노을을 등에 업고 떨어져 뒹구는 매실의 간절한 눈빛을 보았다.
‘너만은 그렇게 살라는, 그렇게 살아가라는,’
◆전영임 시인 약력
제 26회 신라문학대상(수필) - 월간문학등단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부문)
시를사랑하는사람들 전국 모임 회원, 영주시낭송회 회원
영주문예대학 수료
영주에프엠라디오 ‘함께 걷는 문학의 숲’ 진행
서울디지털사이버대학 재학(문예창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