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정상에 시계가 걸렸다’
가지산 정상에 시계가 걸렸다
석남사 반야심경 펼쳐 놓은 그 속으로
초침 목탁 삼아 한 발 두 발 오르고 오른다
약속은 바람에 나르고
때늦은 후회 짊어지고 똑딱 부처님께 귀의하여 걷는다
새벽길 나서며 무작정 하늘 향한
기억은 양지로 가누지 못하고
레스트 스텝 밟으며 무딘 몸 우둔한
영혼 다듬으며 나간다
때로는 산이 칼날 위에 솟고 더러는
산이 바다에 눕는다
돌부리에 부러진 수리의 발톱을 움켜쥐고
쉼터가 있는
똑딱 똑 딱 문수보살 목탁소리 연연하게
들리는 가지산 정상에서
밀양강을 보리라
함께 나누었던 이곳 늦은 오후의
선경도 늘 지니고 다녔던
시계도 걸었다
◆시작 노트
1초의 찰나도 소중히 산 사람. 지금은 소천하여 밀양강 내려다보이는 곳에 잠든 산 친구, 불경 이야기하며 함께 걸었던 가지산 쉼터의 추억을 씁니다.
◆김해인시인 약력
부산 범일동 출생
2020년 월간 ‘문학세계’ 등단
시사모 특별회원, 시사모 이달의 작품상 수상
시집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공저
현대상사(양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