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코로나에 의한 나의 경험에서 발견한 감사와 행복

  • 입력 2021.01.27 15:17
  • 수정 2021.01.27 15:19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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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고등부 장려상

 

 지난날의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었고 언제나 그런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런 내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 거제중앙고등학교 김진석.
▲ 거제중앙고등학교 김진석.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즈음, 신종 바이러스로 개학이 연기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사실을 들었을 때 감정이 미묘해졌다. 평소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나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처음에 1주일 정도야 기다릴 수 있으니 큰 걱정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개학이 연기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어릴 때, 언젠가는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고 강제적인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서툴러서 쉽게 적응될 리도 없었고 혼자 수업을 듣는 것은 꽤나 고독한 일이었다.

 학교를 가야한다는 부담은 없어졌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에 적응돼 있었기 때문에 학교라는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강의를 듣는 것과 쏟아지는 과제에 심신이 점점 피폐해져 갔다.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하게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답답한 집에서의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5월이 거의 끝나갈 시점에 처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떨리는 마음과 기대를 안고 교실로 들어가니 교실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책상은 모두 떨어져있었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본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다시 등교하는 것에 적응이 되나 싶던 찰나 우리는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없었다. 교내 인원을 제한해 등교를 격주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거의 일 년 내내 격주로 학교에 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랜 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정말 반가웠지만 마스크라는 걸림돌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둬야하는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가려진 탓에 아직 얼굴도 잘 모르는 친구들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힘은 중간중간에 체육대회, 수학여행, 축제 같은 행사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학업에 지칠 때면 그런 행사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곤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계속 일정이 연기됐다. 우리가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면 언젠가는 수학여행을 갈 수 있겠지, 체육대회는 할 수 있겠지라는 작은 희망을 걸어 스스로 위안을 삼곤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행사도 진행할 수 없었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됐다.

 한 해가 다 끝난 지금에서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2020년은 도둑맞은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가득하다.

 원래라면 수학여행을 가서, 체육대회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그 순간을 추억하겠지만 현실은 단 한 장의 사진도 없었다.

 몇 년이 흘러, 2020년을 되돌아본다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학창 시절의 그 어떤 작은 추억도 없이 힘들었던 기억만 떠오를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왜 이런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고등학생의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하는지 생각할수록 너무나 억울하지만 어디 호소할 곳도 없었다. 코로나 덕분에 감사한 것이 있다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 점이다.

 나는 매일 달라지는 삶을 원했지만 이제서야 깨달았다.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이 있기에 가끔 일상을 벗어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아무 걱정도 없이 거리를 거닐던 시절이 너무 그립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과연 언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지다. 불안한 진로와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걱정이 합쳐지면서 걱정이 배로 늘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 때문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던 나였다.

 알고 보니 행복은 늘 곁에 있었지만, 사소한 것들은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 있다는 것, 동고동락할 친구들이 있다는 것, 따뜻한 선생님이 있다는 것,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 모두 행복의 일부였다. 이전의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어도 매일 있는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지속되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고 무기력하지만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 있을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자신을 너무 불행으로 몰아붙이지 말기를 바란다. 코로나 덕에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사와 행복을 찾은 것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더 이상 불안에 떨고 싶진 않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집에만 있는 것밖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딱한 상황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움으로 가득한 해였지만 자유의 소중함만큼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이제는 주어진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을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소망이지만 2021년 새해에는 마법처럼 코로나가 사라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러분 모두가 행복을 가까이에서 찾고 힘든 시기지만 웃고 사랑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스크 없이 북적였던 사람들의 모습을 되새기며, 다시 돌아올 평범한 삶을 고대하며, 오늘도 내일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후회 없이 살아가겠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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