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나는 계속 걷고 뛰고 춤추고 싶다

  • 입력 2021.02.02 12:25
  • 수정 2021.02.02 12:26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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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Tomorrow 독후감 고등부 장려상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자퇴를 결심했고,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 정성훈 링컨하우스마산스쿨
▲ 정성훈 링컨하우스마산스쿨

그렇게 짐을 싸고 학교로 향했다. 나는 선생님들께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학교를 나가려 했다.

 그 당시, 나는 불현듯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고, 그것을 위한 첫 번째 과정은 학교를 자퇴하는 것이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한 후 나는 학교에 있는 내 물품들을 정리하려고 책을 꺼내던 도중 투머로우 잡지에 실린 글 하나를 읽었다. ‘나는 계속 걷고 뛰고 춤추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글쓴이 안효진 단원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밖에서 친구들과 뛰놀아야 할 나이에 병실에 갇혀 외로이 하루하루를 보냈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고, 수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그녀는 사고로부터 5년 뒤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몇 년 후, 그녀는 불가리아로 해외봉사를 갔다. 춤을 좋아하는 그녀는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하러 뛰어가던 도중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왼쪽 다리가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됐다.

 그곳 지부장님은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그녀의 문제가 언젠가 기회가 될 거라고 말한다. 그 순간 그녀는 컵에 물이 반이 들어있을 때.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물이 가득 찼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해외봉사 워크숍 강연내용이 떠올랐다.

 그리고 ‘컵에 물이 가득 찼다고? 그러면 내 다리도 다 나았네. 그럼 이제 댄스를 가르쳐야겠다’라고 생각한다.

 다시 나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엄마가 권유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허나, 그곳은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 댄스나 합창 같은 교과외 과정이 많은 곳이었고, 기독교 수업을 정규적으로 들어야하는 기독교 대안학교였는데 나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나를 일일이 간섭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싫어서 귀를 닫았고, 학교를 나갈 틈만 노리고 있었다.

 나는 무의미하게 1학년을 흘러보냈고, 2학년이 됐다. 엄마한테 학교 생활이 적응이 잘 안되니깐 학교를 나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안된다고 말씀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한테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점점 사는 게 재미없어졌고 목표도 없어졌다. ‘내 꿈을 위해 공부 해야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친구들과 시시콜콜 장난치며 놀기만 했다. 사고도 치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의 속은 문드러져갔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그렇게 차츰 기울어지다가 결국에는 ‘쿵’하고 넘어졌다. 나는 안효진 단원처럼 크게 교통사고를 당하진 않았지만 어느 새 걷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내 두 다리는 멀쩡해도 마음이 고장 나 있었다. 나 스스로 ‘내 인생은 답이 없어’라고 단정지었다.

 한 번 삐뚫어지기 시작하니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어긋나졌다. 이런 내 삶을 멀리 떨어져 제3자의 눈으로 보니깐 답이 없어도 한참 없었다. 나는 이렇게 학교생활 할 바에 차라리 학교르 나가는게 맞다느 생각이 들었다. 매달 부모님 월급에서 나가는 돈이 아깝게 느껴졌고, 그냥 마음 잡고 일을 하며 학원이나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엉망진창인 나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홀연히 이 학교에서 도망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가 나의 이러한 계획을 말하자 엄마는 왠지 모르게 흔쾌히 나에게 알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날 새벽에 나는 엄마가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아마도 내가 자고있는 줄 알고 계셨나보다. 그런 엄마와 상관없이 나는 어딘가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싶었다. 거세게, 누구도 못 막을 만큼 빠르게.

 이런 나와 달리 안효진 단원은 왼쪽 무릎 통증이 다시 재발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를 꿋꿋이 행한다. 나는 회피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글쓴이는 신체적 고통 앞에서 자신의 형편을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인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고통을 정면돌파했다. 잡지 속의 인물과 내가 너무 비교됐다.

 나는 컵에 물이 반이 있으면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말할 비관론자에 불과했다. 반항아, 부적응자, 문제아인 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면돌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정적인 기류에 내 몸을 맡긴 채 살았다.

 나는 갑자기 내 인생이 한심해 보였다. 나는 선생님께 다시 찾아갔다. 나는 선생님께서 나를 설득해주길 바랐고, 나를 이끌어주길 바랐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안에만 갇혀있어. 그곳에서 벗어나야 네 삶이 진정이 돼.” 선생님께서는 내가 당신을 찾아오길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나에게 이끌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글쓴이는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우리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들을 겪는다. 그럴 때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 뛰면 돼!”라고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는 내가 방황하고 있을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이제 나는 내 주변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안효진 단원의 춤을 추는 두 다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듯이.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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