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얹다’
돌은 소원의 알이다
이른 아침 쏟아지는 햇살 속
빨간 미소를 머금은 상사화
산사에서 탑돌이 하고 있다
당신 향해 피어나
언제 어디서나
손 모아 머리 조아리는 마음들
평평하고 넓은 돌은
부처님의 등처럼 안반이 되고
크고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 소원으로 쌓인
새벽부터 서성이는 발길들
기도는 새하얀 밥을 한 그릇 소복이 담는 일이다
머리를 감고 정성스레 쪽을 짓는 일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촛불을 켜는 일이다
가족 건강을 위해
대학 입시를 위해, 임신을 위해
손 모아 머리 조아리는 마음들이 만들어낸
부족의 증거
저승꽃 핀 어머니의 갈라진 손이
얹고 또 얹었을 탑 위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기도를 얹어야
소원은 알을 깨고 훨훨 날 수 있을까
◆시작 노트
세상 모든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소원을 비셨지요. 언제 어디서나 산사에서 부엌에서 일터에서조차도….
그 돌을 쌓은 어머니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 건강, 재물, 합격 등등의 기원이 가득했겠지요.
모든 사람이 모두를 다 가질 수 없는 게 세상이기에 앞으로도 이런 기도는 계속될 것이겠지요. 종교를 막론하고…
나는 작은 돌에서 사랑과 헌신으로 기도하신 우리들의 어머니를 봅니다.
◆박준희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 창원 거주
시 전문 계간지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시사모 동인
시사모 동인지 ‘내 몸에 글을 써다오’, ‘짧은 나비의 입맞춤’, ‘푸르게 공증을 흔들어 보였네’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