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문제나 큰 실패를 겪은 일

  • 입력 2021.02.08 15:57
  • 수정 2021.02.09 10:15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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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대학부 최우수상

 

 2월 중순을 접어들며 코로나는 평화롭던 일상을 침범했다.

▲ 심여은 경남대학교
▲ 심여은 경남대학교

 나는 올해 입학하는 대학교 새내기이다. 3월 학교를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3월을 접어들며 학교를 갈 기대는 자연스레 접게 됐다. 생각대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 됐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 엄마는 치킨가게를 오픈했다. 앞전 예약금을 걸어둔 터라 시국이 좋지 못해도 장사는 시작해야 했다. 지금 당장 치킨가게 말고는 금전적 벌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를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전환 된 수업 덕분에 나는 가게 일을 도울 수 있었다. 몸 쓰는 일을 해보지 않은 엄마는 기름 튄 자국으로 팔이 성한 곳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해보는 나도 손님응대에 서툴렀다. 첫 개업 때는 치킨 한 마리에 항의전화가 하나 씩 들어오곤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본사 직원들이 오면 끊임없이 질문했다.

 돈 때문에 장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인건비라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주방에서 일할 사람 한 사람이 필요했다. 구인광고를 내고 아주머니 한 분을 고용했다. 역시 아르바이트생은 자기가게라는 인식이 적어서 인지 애살맞지 않았다. 주문전화에 일어서지도 않는다. 결국 3주 만에 아주머니는 그만뒀다.

 나도 학업이 있는 학생인지라 하루 종일 가게 일을 도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주 5일 12시간을 근무했다. 정말 힘들었다. 내가 가장 바쁘게 살았던 때가 이 때일 것이다.

 과 친구들 몇 명씩 모이는 자리에도 참석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홀, 포장, 주방보조, 배달을 했다. 치킨을 튀기는 일 말고 모든 일을 도 맡아 했다. 처음해보는 가게 일이었지만 빠른 습득력을 보이곤 금방 적응했다.

 일을 하면 깨달은 점이 있다. 돈 벌기 참 힘들구나. 지금까지 용돈을 타 생활해 왔지,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배움의 즐거움과 육체적 고됨이 함께했다.

 홀에서는 나를 아가씨라 불렀다. 참 듣기 싫었다. 차라리 “저기요”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하루는 엄마가 잠시 배달을 나가고 늦은 저녁 혼자 홀을 보았다. 술에 만취한 3명의 아저씨가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아가씨 가까이 와서 주문 받아!!“ 너무 무서웠다. 웃으면 손님응대는 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는 눈빛이 게슴츠레 했다. 엄마가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니 아저씨들은 엄마를 사장님이라 불렀다. 기분이 묘했다.

 여성배달원은 찾기 힘들다. 오토바이 운전이 위험하기에 여자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성배달원이었다. 다들 놀란 기색으로 나를 보고 치킨을 받아들곤 했다. 한번 씩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배달대행아저씨는 어디소속이냐 물으시고는 지름길을 알려주곤 하셨다. 여자가 대단하다고 하셨다. 딱히 대단하다는 것이 있나 싶다. 누구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게 내가 돼도 이상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전화주문을 하시면 여러 가지 여쭈우신다. 잘 나가는 몇 가지 메뉴를 말씀해 드리면 모두들 후라이드를 달라고 하신다.

 4월 초쯤 고용한 남자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밤12시 퇴근을 하며 기름 정제를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정제를 하던 기름 호스를 놓쳐 엄마가 다 뒤집어쓰고 말았다. 모자를 쓰고 있어 두피는 많이 데이지 않았지만, 목과 팔은 화상을 입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엄마는 괜찮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달래었다. 화상병원을 가자고 했지만 끝끝내 엄마는 병원을 가지 않았다.

 그 다음날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저 오늘부터 관둘게요” 갑자기 통보 식으로 연락을 받았다. 그 날은 주말이었다. 못해도 3명이 필요한 인원에 우리를 외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할머니 덕분에 며칠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치킨 가게에서 약 2달 간 일했다. 기름 냄새에 쩔어진 몸과 옷.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 중학생 동생이 기다리고 있다. 나와 엄마가 아침 9시에 나가 새벽1시가 넘어 들어온다.

 그 때까지 동생은 혼자 있다. 어릴 적 아빠를 잃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동생은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 때도 있었고, 혼자 깨어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기름내를 풍기도 들어와도 동생은 수고했다며 꼬옥 안아줬다. 애교가 많은 동생이다.

 하루는 엄마의 화상자국을 보고 걱정을 했다. 동생은 그만두면 좋겠다는 말을 에둘러 했다.

 “나 외로워, 혼자 있기 싫어”.

 동생도 학교가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며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텐데,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했다. 이렇게 놔두는 것이 방치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나는 이야기하며 치킨가게는 2달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 것도 아니었고, 전보다 조금 나아진 일상에 어린 동생을 신경 써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던 점이 크다. 나 또한 본업인 학업에 집중을 못한 탓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3월과 4월은 죽은 듯이 일만 했다. 정신없는 두 달을 보내며 학교강의 출석체크를 못하고 지나간 일주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일이다.  나의 1학기는 3점 중반대의 성적에서 끝을 맺었다. 좋은 성적으로 끝을 맺진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다면 했다. 큰 보상은 없었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배울 수 있었다. 엄마는 두 달간 수고했다며 용돈을 쥐어주셨다. 어쩌다 시작해 코로나와 겹쳐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 

 그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모든 일에 실패를 실패로만 생각하지 않고 성공에 필요한 경험이라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기로 했다.

 2학기 때는 코로나 단계가 조금 씩 완화되어 학교를 갈 수 있었다. 동기들을 만나다는 것은 설렜다. 

 모든 동기 한 명씩 코로나 시대를 기억할 수 있게 마스크샷을 찍는 것이 목표였다. 종강을 하니 15명 남짓의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개강총회도 종강파티도 없는 학교생활이었지만 즐거웠다. 코로나로 단절된 시대에서 동기들은 빛이었다.

 코로나로 일찍 군대에 입대한 친구,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하던 친구, 노출이 심한 식당보다는 기숙사에서 배달을 시켜먹던 우리들. 나의 20살은 즐거웠다. 2학기는 4점대의 성적을 받았다. 노력한 결과였다. 많은 것을 알고 간 한 해였다.

 모두가 처음 마주한 세상에 자연스레 적응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중 한명이다.

 학교에서는 코로나와 관련된 주제로 낸 과제들이 생겨났고, 우리는 미래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단계가 됐다. 모두가 경제가 어렵다며 주눅 들고 있다. 

 같은 24시간을 주어져도 사용하기엔 사람의 능력이 각각 다르다. 나는 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한 해를 준비했다. 경험만큼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재는 없다. 직접 경험하고 부딪힐 것이다.

 동계방학이 시작됐다.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해 보려 한다. 바쁘게 살고 있다. 일주일 중 3일은 물류센터에서 일을 한다. 2일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머지 2일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평소 좋아하던 기행문을 하루 종일 읽기도 하고, 학교에 가 악기연습을 하기도 한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루에 100층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오늘은 13일 째다. 건강해야 코로나도 이겨낼 수 있다. 개강 전까지 나는 하루하루를 미친 듯이 바쁘게 살 것이다. 매일매일 일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가 1년이 채워간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는 이야기들.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일 년 전 이맘 때로 돌아간다면 마스크를 벗고 세상을 마음껏 뛰어다닐 것이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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