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코로나 사태가 내게 가르쳐준 것 -꽃길만이 아니어도 괜찮아

  • 입력 2021.02.14 15:55
  • 수정 2021.02.14 16:18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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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대학부 장려상

 

 

 2020년,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나는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새해를 맞았다.

 ▲창원대학교 변하은.
 ▲창원대학교 변하은.

 그런데 대면 개강이 한 학기 하고도 한 달이나 미뤄질 만큼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장기화되면서 아빠가 다니던 회사에서 나오시게 되셨다. 우리 집은 아빠 혼자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계셨기 때문에 경제적 타격이 더 컸다.

 막막하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밤잠을 설칠 만큼 우리 집의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20년 넘게 집안 일만 돌보시던 엄마가 아르바이트를 뛰러 나가셨고 본격적으로 우리 집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제약되는 것이 많았다.

 꿈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내 스무 살의 시간들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채, 집 안에만 갇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자각할 때 서러웠고 슬펐다. 

 무엇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상황이 화가 나고 답답했다.

 전 세계를 어둡게 뒤덮을 만큼 위험하지만 눈에 보이지 조차 않는 이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가족과 나는 너무 작고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칠 곳 없이 그냥 현실이었다.

 하루하루를 원망과 불평으로 살아도 이상할 것 없는 그런 현실이었다. 그렇게 내 앞에 놓인 현실 앞에서 걱정과 불만으로 살고 있을 때쯤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와 전화를 하게 됐다.

 내 얘기를 쭉 들은 친구가 마지막에 한 마디를 했다. “환경과 상황을 바꿀 순 없다하더라도 그 환경과 상황을 대하는 네 태도는 바꿀 수 있잖아.” 

 맞는 말이었다.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키거나 잃어버린 아빠의 직장을 되찾아줄 능력은 나에게 없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어떤 감정과 무슨 생각을 할지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거였다. 

 그때부터 나는 평소와는 조금씩 ‘다르게’ 보고 듣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보니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감사함이었다.

 코로나 19로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학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해주었다.

 또 학교 측에서도 내게 적지 않은 지원금을 보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와 학교의 지원이 없었다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고 싶었고 세상은 원래 혼자 사는 것이라고 여태껏 믿어왔는데 아니었다. 20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런 도움들이 나를 살게 했는데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서 상처주고 상처받고 함부로 대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감각이 없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집에 발이 묶이게 되면서 가족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고 그런 대화가 서로를 가까워지게 했다.

 마냥 짜증만 내던 나도 마음을 열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소통이 자유로워진 우리 가족은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화목하다.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그래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짜 ‘행복한’ 가족이 됐다. 

 마지막으로 언택트 시대가 열리면서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소통환경에 감사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비대면으로 만날 수밖에 없지만, 비대면으로 만나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수 있게 돕는 여러 인터넷 환경이 존재함에 감사하다. 예전엔 수업을 대면으로 듣지 못해서, 친구들과 친척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불평뿐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나는 통학시간 3시간을 매일 아낄 수 있게 됐고, 매년 조촐하게 가졌던 할머니 생신을 줌(zoom)으로 모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축하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사태는 분명 위기 상황이지만 그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있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던 내 삶의 흔적들을 보며 뿌듯하고 감사하다.

 여전히 우리 집의 경제는 많이 어렵다. 나는 여전히 코로나 사태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보다 누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러나 이 코로나라는 큰 어려움 덕분에 나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그건 어떤 환경과 상황 앞에서든지 감사함을 찾아내고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환경과 상황이 결국 내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과 상황을 다른 단어로 표현했을 때 운명이라는 말이 된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 사태라는 거대한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좋은 것이라 믿고, 그 앞에서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덕분에 나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고, 내 주변 사람들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매 순간 꽃길일수만은 없는 삶을 걸으며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밝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이 길이 내게 좋은 것이라 믿으며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꽃길은 줄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는 더 이상 내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감사함이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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