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코로나, 그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성장한다

  • 입력 2021.02.16 16:08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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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대학부 장려상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등장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 김지현 경남도립거창대학교
▲ 김지현 경남도립거창대학교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가장 치열한 나날들을 보낸 곳은 아마도 병원일 것이다. 간호학과 학생인 나는 감염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분들의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몇 년 후면 나 또한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투입되기를 자원하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며, 나도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돼 아픈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야지, 하는 열정이 가득했다. 마침 나는 병원 실습을 앞두고 있었고, 병원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우고 오겠다고 당차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감염 관리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최대한 통제하고 있는 병원에서, 실습 학생을 받아준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수님들께서는 어떻게든 실습지를 구하려 끝까지 노력하셨지만, 점점 더 악화돼가는 상황에 결국 딱 한 곳의 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에서 실습이 불가하다는 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역시 그 상황이 당연히 이해되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실습지를 가볼 수조차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아쉬웠다.

 그렇게 우리는 1학기 동안 예정돼 있던 4개의 실습 중 3개의 실습을 자택에서, 원격으로 부랴부랴 진행했다. 

 원격 실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니, 사실 체력적으로는 병원에 나가는 실습보다 훨씬 쉬웠지만,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 없이 한정된 학습 자료로 실습을 진행한다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가상 사례 속의 인물에게 건강을 사정하고, 내가 만든 증상으로 간호 진단을 내리고, 책에서 보았던 내용만으로 간호 계획을 세우며, 이게 과연 맞는 것인가,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딱 한번 실습을 나갔던 곳은 성인 병동이었는데, 우리에게는 그 경험이 전부였기에 산모, 아동과 같은 다른 환자들의 경우는 어떠한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성인의 고혈압 기준과 산모, 아동의 고혈압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이론으로 배워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산모와 아동에게서 고혈압이 나타날 때 그 수치는 최대 얼마까지 나타날 수 있는가, 수치가 어느 정도일 때 경하다고 하고, 또 어느 정도일 때 중하다고 하는가, 그 때의 증상은 어떠한가, 가장 바로 취해줘야 할 간호 중재는 무엇인가….

 사례연구를 진행하며 보고서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 갈 때마다 의문이 두 개, 세 개씩 불어났다. 책과 인터넷을 참고할 수 있었지만, 환자마다 질병이 다르고, 처한 상황 또한 너무나 다양하기에, 명쾌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랬기 때문에 나와 내 친구들은 교내 실습에 열심히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겉핥기만 하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나의 결정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알듯 말듯 한 얕은 지식을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내내, 나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전공서는 나의 이론적 근거를 찾아줄 수 있었지만, 실제적인 본보기가 되기는 어려웠다.

 나는 실제 현장에서 위급 상황이라면 제일 먼저 어떤 물건을 준비해야 하는지, 또 어떤 것들을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사항들을 직접 뛰는 간호사선생님들을 보며 배우고자 했는데,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아무런 이정표 없는 비포장도로에 혼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크고 작은 결정에 주저하는 내 모습을 인지할 때 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작아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 우울해졌다. 그렇게 나의 1학기는 찜찜한 기분 속에 마무리됐다.

 여름을 거치며 대폭 감소한 코로나 19 확진자 현황에 따라 1학기와는 달리 원격수업이 아닌 대면 수업을 실시했다. 다시 살아나는 사회의 분위기 속, 2학기에는 병원 실습도 재개될 듯 했다.

 하지만 8주간의 이론 수업을 수강하는 동안, 다시 확진자 수는 무섭게 증가했고, 실습을 나갈 기대를 하던 우리는 또 한 번 대부분의 병원으로부터 실습 전면 중단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아쉬운 마음을 품고 교내실습에 임하기를 준비하던 나에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난 다시 한 번 그 우울의 늪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2학기에는 마음을 조금 고쳐먹기로 다짐했다. 비록 병원에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시간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를 더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또한 함께 되뇌었다.

 마음을 달리 먹으니, 지난날 동안 비관적이기만 했던 나의 시각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하릴없이 앉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은 내가 몰랐던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또한 직접 가 볼 수 없어 아쉬웠던 산부인과와 신생아실에 대한 열망은 곧 열정으로 바뀌어, 실습 시간 외에도 각종 관련 영상과 논문을 찾아보게 되었다. 과제물을 내기 위해 수집하는 자료가 아닌, 나 스스로가 궁금함을 품고 찾아보는 자료들은 그 어떤 것보다 생생하고 흥미로웠다.

 많은 활동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동기와 함께 서로 환자와 간호사 역할을 번갈아 연기하며 의사소통 하는 영상을 찍어보는 경험이었다.

 간호사 역할을 할 때의 나는,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이며 환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지만, 직접 침대에 누워 환자역할을 맡아보니 그 방법은 쉽게 지루함과 피로감을 일으켜 환자의 집중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컨퍼런스에서 조원들과 감상하며 서로 솔직한 평을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이 시간이 참 좋았다. 나의 장단점을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또박또박 해 알아듣기 쉽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에 내가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세세하게 설명하는 점이, 오히려 지루함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금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나를 돌아보며, 부족했던 점들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병원 실습을 가지 못해 아쉬웠던 만큼 열심히 교내 실습에 임했고, 열심히 임한 만큼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비록 1학기에는 누구 하나 알려주는 이 없어 황량한 길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었을지라도, 2학기를 열심히 보낸 지금의 나는 어디든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실습이 끝나갈 때 즈음, 교수님들께서는 우리에게 교내 실습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셨고, 우리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내년 학기에는 방역 수칙을 준수해 우리 지역 병원에 짧게나마 견학을 가고, 새로운 교내 실습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등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학기에 모두가 우왕좌왕했던 모습과 비교했을 때,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우리는 이만큼이나 해쳐 나온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어진 상황에 그저 굴복하지 않고, 각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짐하며 살아가는 한, 우리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고, 그 속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올해의 끝자락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코로나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아마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때마다 우리가 그 질병들을 잘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하기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 꼭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나는, 쉽게 좌절하지 않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할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시각을 얻은 나는, 앞으로의 내가 꼭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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