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욕속부달(欲速不達)

승인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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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거보’라는 고을의 지방관이 돼 공자를 찾아와서 정치에 관해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 빨리 하려고 들면 일이 잘 이뤄지지 않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돌보면 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욕속(欲速)이란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며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말에는 ‘급할수록 천천히’라는 표현이 있고, 영어에는 ‘Haste makes waste’나 ‘More haste, less speed’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의 조급한 심리를 경계한 표현들이다.

 우리 민족은 잔치 때나 생일을 맞으면 국수를 먹었다. 그러한 풍습으로 잔치 때에 먹었던 국수를 ‘잔치국수’라고 그 단어가 고유명사화 되면서 ‘국수’와 ‘기쁜 일’을 동일 시 했다.

 특히나 결혼식 때는 ‘잔치국수’를 먹었다. 그러면 하필 결혼식 날 왜? 국수를 먹었을까?

 아마도 옛날에는 밀가루가 아주 귀해서 기쁜 날, 귀한 음식을 귀한 사람에게 대접하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너 언제 국수 먹노?”라는 말로 결혼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거나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결혼’과 ‘잔치국수’는 같은 의미로 쓰이거나 해석했던 것이다. 생일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국수’를 먹는다. 이는 아마도 여러 가락의 국수가 하얀색이기 때문에 “흰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오래 오래 함께 살아라”라는 축원의 의미(意味)와 국수가 길기 때문에 ‘장수(長壽)’의 의미가 담겨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 산청군에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청정골’이미지를 목숨처럼 사수해 온 산청군에 이상하고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산청군 금서면 농공단지에 지난 17여 년을 국민먹거리 생산에 자긍심을 가지고 ‘국수’를 생산 해온 식품회사 바로 옆에 산업용 펠릿 공장의 허가를 승인했다. 상식적으로도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를 산청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약을 승인해 줘 버렸다.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행정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절차대로 승인해 주는 것이 행정의 업무이고 도리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장에서의 민원 발생 소지나 주변 환경과 여건들이 맞지 않을 때는 그 상황은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융통성’인 것이다. 그것이 진정 주민들을 위하는 길인 것이다. 

 산청군은 펠릿공장 승인을 하면서 해당 공단협의회에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나 인접한 식품공장에조차 한마디 언질도 없었다고 한다.

 군의 역점사업에는 민원 발생 우려로 설명회다 공청회다 하면서 주민들을 귀찮으리만큼 괴롭히더니, 왜? 이번일은 아무도 모르게 그야말로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을 시켰을까? 지나친 충성심으로 인한 유치실적 때문일까? 아니면 무지하리만큼 민원인들의 고충을 외면하고 지역주민들을 무시해서 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들어오려는 자(者)나, 사수하려는 자(者)들 모두가 피해자가 돼 버렸다.

 현재까지는 그릇된 오판이 지역 여론을 출렁이게 하고 있다.

 ‘신뢰’는 깨져버리는 것은 잠깐이지만. 한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옛말에 ‘지금 호미로 막지 못하면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미루다 일을 더 크게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

 D식품업체는 지난 2004년 금서농공단지에 입주했다. 지난해까지 국세 187억, 법인세 등 지방세 95억7000만원을 산청군에 납부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봉사에 일념으로 지역에 생산되는 국수를 5000박스(시가 1억9000만원 상당)를 넘게 나눴다.

 산청군민이라면 그 업체의 국수를 한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그 업체는 대기업 식품회사에 국수를 OEM방식으로 납품하면서 청정 산청군의 이미지를 더 높이고 있었다. 지난 9년간 위생검사에서 한 번도 결격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없는 그런 청정 식품회사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청군향토장학회를 비롯해 불우이웃돕기에도 늘 앞장서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을 산청군은 쫓아내려 하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려 하고 있다.

 그릇되고 무사안일(無事安逸)한 탁상행정으로 이러한 건실한 업체가 산청군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다.

 일의 해결은 그 끈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묶은 사람만이 풀 수 있다. 원론적인 답변과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적극적인 모습만이 모두에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것은 시간(Time)과 말(言·Words), 기회(Opportunity)이다. 산청군은 주저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만이 무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욕속부달(欲速不達)하지 마라!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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