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용후생(利用厚生)

승인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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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상서(尙書) 우서(虞書)의 대우모(大禹謨)에는 우(禹)와 순(舜)임금과 익(益) 세 사람의 정치에 관한 대담이 기록돼 있다. 

 우(禹)는 순(舜)임금에게 말하길 “임금이시여, 잘 생각하십시오. 덕으로만 옳은 정치를 할 수 있고, 정치는 백성을 보양(保養)하는데 있으니, 물·불·쇠·나무·흙 및 곡식들을 잘 다스리시고, 또 덕을 바로 잡고 쓰임을 이롭게 하며 삶을 두터이 함을 잘 조화시키십시오(正德利用厚生, 惟和)”라고 했다.

 또한 “춘추좌전(春秋左傳) 문공(文公) 7년 조에도 수(水) 화(火) 금(金) 목(木) 토(土) 곡(穀)의 여섯 가지가 나오는 것을 육부(六府)라 하고, 백성의 덕을 바르게 하는 정덕(正德)과, 백성들이 쓰고 하는데 편리하게 하는 이용(利用)과, 백성들의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후생(厚生), 이것을 삼사라 이릅니다(正德利用厚生, 謂之三事)”라고 말했다.

 이는 위정자(爲政者)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이 조화를 이뤄 주민들의 삶을 걱정거리가 없도록 만드는 애민긍휼(愛民矜恤)의 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는 국가의 운영이 그럴 것이고 작게는 고을의 운영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자고로 국민들은 국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주민들은 자치단체를 믿고 따르고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야기된 산청군 금서농공단지 식품공장 옆, 산업용 펠릿공장 허가에 대한 행정심판이 지난달 26일 경남도행정심판 위원회 의결로 인해 취소 판결이 났다.

 이는 산청군의 깊이 인식하지 못한 행정 처리에 대해 심의위원 다수의 의견으로 취소 판결이 난 것으로 다시 한 번 공무원들의 경솔한 행정 처리에 대한 심사숙고(深思熟考)를 권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번 산업용 펠릿공장 허가사태로 인해 산청군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인접한 식품공장은 생존권에 사활을 걸고 행정 처리의 부당성에 대해 수차례의 집회를 통해 알리려 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각계의 주민들이 합세해 산청군을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오만(傲慢)과 만용(蠻勇)은 모두의 피해를 불러 올수 있음을, 객기(客氣)와 불인정(不仁正)은 모두에게 불신을 가져 오게 됐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행정을 처리함에 있어 실수를 인지하게 됐다면, 즉시 인정하고 바로 잡아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고의성을 띄었다면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산청군은 이제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그리고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주민들의 삶의 윤택을 위해 더 노력해야한다. 그래야만이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이제는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때다. 생채기와 앙금은 남겠지만 서로의 본업에 충실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한다.

 건강한 관계는 사로의 배려로 유지 된다. 갑과 을이 형성되는 순간 그 관계는 필연적으로 한쪽의 희생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이제라도 행정은 주민들에 대한 갑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삶을 살고 싶다면 딱 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그것은 바로 좋은 ‘나’가 되는 것이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이란 ‘모든 물질들의 작용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 백성들의 의식(衣食)을 풍족하게 하다’라는 뜻이며, 정치(政治)의 핵심을 집약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만 본다면 이용후생(利用厚生)은 커녕 주민들을 오히려 도탄(塗炭)에 빠지게 했다.

 이제부터라도 깊은 성찰로 함께하는 산청군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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