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한옥의 보고(寶庫) ‘남사예담촌’

  • 입력 2021.12.08 12: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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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화는 전통을 바탕으로 미래로 진화하며 항상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 전통가옥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는 요즘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며 옛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고 있는 곳이 있다.

 이 작은 마을이 정감 있고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해묵은 담장 너머를 엿볼 수 있는 조상들의 정서와 삶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초입에 자리 잡은 남사예담촌은 안동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상도의 대표적인 전통한옥마을이다.

 우리 전통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 ‘옛 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옛 선비들의 예를 닮거나 방문객에게 예를 담아드리자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은 양반가는 말을 타고 가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은 담장을 만들었고, 서민들이 거주하는 민가는 돌담을 주로 사용했으며 5.7㎞에 이르는 담장은 남부지방 양반 가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 마을 전체가 살아있는 한국의 전통 한옥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다.

 지리산 깊은 곳에 위치하면서 18~20세기 전통 한옥 40여 호를 비롯해 85채의 전통 한옥이 있는 남사마을은 다른 마을처럼 특정 성씨의 집성촌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사마을에는 하씨, 이씨, 박씨, 최씨, 정씨 등 여러 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30여 다양한 성씨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씨족 마을이라는 개념은 찾기 어렵다. 

 또한 마을을 휘감고 있는 니구산(尼丘山)과 사수(泗水)란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취푸에 있는 산과 강의 이름으로, 공자를 흠모하는 뜻에서 불려 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풍수적으로 해석할 때 민족의 명산 지리산 천왕봉에서 흘러나온 봉우리 니구산을 배경으로 니구산은 암룡, 당산은 숫룡의 지형으로 사수를 두고 마주보며 어울려 마을을 감싸고 있는 형상이 사랑의 전설로 전해져 흥미롭고 아래를 휘감아 흐르는 사수천이 조화를 이루면서 넓은 들과 울창한 숲이 주위를 둘러친 천혜의 입지라고 한다.

 지난 2003년 농촌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되어 본격적으로 개발했으며 마을초입에 정신적 지주인 효자석이 있고 ‘왕이 된 남자’의 영화 촬영지이기도 한 310년 된 이 씨 고가의 부부사랑 회화나무, 대문에 나무거북이 있어 장수를 상징하는 최 씨 고가, 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된 남사 옛 마을담장을 비롯해 면우 곽종석 유적 이동서당, 이사재, 사양정사 등이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남사예담촌은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연합회’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됐다.

 이곳이 다른 마을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유교생활문화, 국악문화, 유림에 의한 독립운동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창운 남사예담촌 관광해설사 설명에 의하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600년의 감나무(반시), 약 700년 된 매화나무인 원정매 그리고 310년 된 회화나무는 마을 초입 이 씨 고가로 들어가는 입구에 X자형으로 몸을 포개고 있어 사랑을 표현하는데 회화나무 아래를 통과하면 부부가 백년해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마을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또한 성주 이 씨 가문에는 가보로 전해 내려오는 ‘이제개국공신교서’가 있는데 조선 개국 때 태조께서 공을 세운 경무공 이제에게 내린 것으로 총 16교서 중 유일하게 남아있어 국보324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최 씨 고가에는 3겹으로 된 사랑채 지붕이 유명하다. 연일 정씨의 사랑채이자 위패를 모신 재실인 사양정사도 만만치 않은 고가다.

 아울러 하 씨 고가의 대청마루에는 ‘원정구려’라는 편액이 있는데 대원군의 친필로 뜻은 ‘원정공이 살던 옛집’을 뜻한다고 한다.

 남사천을 건너면 이사재를 만날 수 있다. 조선 전기 임꺽정의 난 진압에 공을 세우고 호조판서를 지낸 송월당 박호원의 재실이다. 정문 앞에는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중 여기를 지났다는 행로 표석이 있다.

 이순신 장군께서 청수역을 지나 억수처럼 내리는 빗속을 지나다 단성에 이르러 박호원의 내력을 알고 하루를 묵었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나오는데 한번쯤 충무공의 발자취를 떠올리며 경의를 표하는 것도 당연하리라 생각한다. 

 구한말 애국지사인 면우 곽종석 선생의 생가 유허비를 비롯해 독립운동기념공원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 근대국악의 선구자인 기산 박헌봉 선생을 추념하여 건립한 기산국악당과 기념관이 있어 대나무 숲에서 ‘힐링’할 수 있는 전통음악감상과 국악체험을 비롯해 봄·가을에는 토요 상설공연도 즐길 수 있다. 

 한해를 마무리 하고 가족의 안녕과 다가올 한해의 소원을 비는 동짓날이 있는 2021년 12월에 고즈넉한 오솔길을 연인과 걸으며 유교정신이 살아 숨 쉬고 애국의 혼이 깃들어 있으며 전통음악감상과 ‘힐링’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시지 않겠는지요?

 도민여러분을 조상님들의 지혜로움을 배울 수 있는 남사예담촌으로 극진히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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