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適切)’
달빛 낭창하도록 뜨거움 일었던 한 때의 염문 기억에서 지우고
오래도록 바람과 새들 안개 사이로 번지는 낮은 음들이
두서없이 몸집 불리는 동안 꽃 진자리 웃음도 사라지고
소용없이 웃자란 가지들 사이 서릿바람만 윙윙거리는데
봄이 오기 전 소용없이 웃자란 가지들 자르고
꽃 피우지 못할 귀도 자르고 부질없는 잎도 지우고
곱은 손등 부끄럽지 않을 만큼
체면도 염치도 없는 것들 깨끗이 지우고
속이 꽉 찬 밑동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키우다
샛바람에 온몸 흔들리지 않는 날 오면
촉수의 날 푸르게 용기를 돋우고
다시금 튼실한 웃음 볼 수 있도록
넘치는 말들 몽땅 지우고
딱 한 마디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적절하게
◆ 시작노트
소용없는 말들이 골목 가득 채우는 동안 목련 꽃눈 다지는 바람이 울고 잘 계시냐는 안부 묻기도 전에 눈물도 사라진 채 전해오는 낯익은 부고!
오늘도 모두 외로운 마른 손이다.
소용없이 웃자란 것들 적절하게 지우고 서로 살갑게 보듬고 살 수 있는 날 언제 쯤일까.
거리는 온통 바람 뿐인데….
◆ 이성진 시인 약력
- 경남 밀양 출생·창원시 거주
-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시편 작가회 회원
- 시사모 동인, 운영위원
-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외 다수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