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500년 전 아라가야 역사를 품은 곳 ‘함안 말이산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앞두고 기대감 커져
가야시기 단일 고분유적 최대 규모…가야문명 보여줘
말이산고분전시관·함안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 입력 2022.04.18 18:19
  • 수정 2022.04.18 18:23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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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이 아름다운 말이산고분군.
▲ 녹음이 아름다운 말이산고분군.

 오랜 시간을 품은 것, 아름다운 것은 말이 없다. 꽃과 나무, 달과 별도 그렇다. 그리고 함안의 말이산고분군, 이곳은 1500년 전 아라가야의 역사를 품고 있다.

 겨우내 금빛을 띠던 고분은 초록으로 물들고 작은 풀꽃들이 봄마중을 나왔다. 벚나무 아래서 사진 찍는 방문객들의 표정이 꽃처럼 환하다.

 함안박물관에서 조금만 걸으면 말이산 4호분이 있는 야트막한 구릉에 다다른다. 산으로 엮은 둥지 안으로 들어온 듯 아늑한 느낌을 주는 말이산고분군은 웅장하면서도 주변을 압도하지 않는 조화로움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앞둔 말이산고분군 

 올해 말이산고분군에서 맞는 봄은 특별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최종 결정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산의 ‘말이’는 ‘우두머리의 산’이라는 뜻으로 이곳에 옛 아라가야의 왕과 귀족들이 잠들어 있다.

 해발 40~70m의 나지막한 구릉지에서 이어지는 말이산고분군은 1세기부터 6세기까지 조성된 아라가야의 대표 고분군으로 가야시기 단일 고분유적으로는 최대 규모다 1500년 전 소멸된 고대 가야 문명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물이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인근 성산산성에 올라 내려다보면 오랜 기간 능선을 따라 축조된 거대한 고분이 줄지어 선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독보적으로 위엄을 드러내는 고분군을 보면 함안이 ‘역사문화관광도시’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일하고 진귀한 풍경이다. 오는 7월께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한 7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최종등재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덮개석

 말이산고분군에서는 현재까지 약 200여 기의 고분에서 1만여 점 이상의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지난 2018년 구릉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13호분에서는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석이 발견됐다.

 고구려가 아닌 지역에서 발견된 유일한 별자리로 5세기 후반에 아라가야가 최전성기를 누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0개 이상의 홈이 새겨진 덮개돌은 머리를 북쪽에 둔 무덤의 주인공이 남쪽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에 남두육성(南斗六星) 별자리가 그려졌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북두칠성은 죽음을, 남두육성은 삶을 주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세계적 인기그룹 방탄소년단(BTS)는 ‘소우주’라는 노래에서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별 하나에 한 사람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이라고 노래했다. 여전히 세계 어디에서든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꾸고 별을 노래한다. 밤새 불을 밝히는 고층빌딩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캄캄한 밤에 별을 올려다봤을 아라가야인의 삶을 그리다보면 마지막에 다다르는 건 우리의 마음자리다. 

 ■ 1500년 전 시간여행, 말이산고분전시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아라가야 시대로 안내할 근사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곳이 바로 고분전시관이다.

 먼저, 지난 11월 발굴된 아라가야의 국제성을 나타내는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에는 1~6세기까지 널무덤, 덧널무덤, 돌덧널무덤 등 시대별 무덤형태가 상세하게 설명돼 있으며, 돌덧널무덤인 말이산 4호분 내부를 실제 크기로 재현한 공간도 눈에 띈다.

 아라가야 지배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마갑총과 말갑옷을 비롯해 다양한 출토유물을 영상과 터치스크린, 모형 등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도 꼭 들러야 할 필수코스이다.

 아라가야 유물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미디어아트에 접목한 영상이 펼쳐지는데 성인이 여러 번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 리모델링을 마친 함안박물관 제1전시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창밖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세느강이 보인다면, 함안박물관의 큰 창으로는 말이산고분군이 가득 들어온다. 

 함안박물관 제1전시관은 리모델링을 끝내고 지난 1일 재개관했다.

 이곳에는 말이산 45호분에서 발굴된 배모양 토기, 사슴모양뿔잔 토기, 집모양 토기 등 아라가야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토기도 전시돼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슴모양뿔잔 토기에서 아라가야 사람들의 뛰어난 토기제작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3호분에서 발견된 실제 별자리 덮개석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밖에 새모양장식 미늘쇠, 마갑총 출토 불꽃무늬 토기 등 각종 토기류도 전시돼 있다. 제1전시관 옆에는 전시·교육·체험이 어우러진 제2전시관 공사가 진행 중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군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아라가야의 위상을 알리는 입체적인 조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 말이산고분군과 어우러진 사람 풍경 

 4월이 되자 말이산고분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지난 주말 오전 창원에서 온 이승학 씨(37)는 삼각대를 놓고 고분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씨는 여자친구 오모씨(31)와 “창원 근교 데이트 장소를 찾다가 함안의 말이산고분군을 알게 됐다”며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와보니 규모가 커서 놀랐고 꼭 다시 방문해 고분군 일대를 모두 걸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고 허수경 시인은 발굴지에서의 경험을 두고 “내가 판 텅 빈 무덤을 바라보노라면, 그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이 다정하게 어깨를 겯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정하게 어깨를 겯고 있다’는 말은 말이산고분군을 찾는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듯하다.

 올해 방영을 앞둔 한 방송사의 드라마 촬영이 고분군 일대에서 진행되는가 하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지역주민, 아이와 함께 나들이 온 가족, 3대가 함께 거니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주말 오후 고분군에서 흰 드레스를 입고 셀프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은 연신 밝은 표정으로 고분군을 거닐었다.

 어느덧 고분군 능선 마다 노을이 내려앉는 시간에는 노을 지는 고분군 사이를 걷는 것도 멀리서 고분군 능선에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보는 풍경 모두 아름답다. 

▲ 말이산고분군에 내려앉은 노을
▲ 말이산고분군에 내려앉은 노을

 ■ 함안의 빛나는 2022년을 기대해!

 지금부터 어느 시기에 방문해도 함안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되는 7월께에는 아라가야문화제가 함안박물관, 말이산고분군, 아라길에서 단독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시기는 13호분에서 발굴된 남두육성 별자리가 나타나는 계절로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밤에는 말이산고분군 일대에 조명을 설치해 밤의 고분군을 거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 전에 먼저, 최근 노선을 재정비한 아라가야 역사순례길(총 7구간, 17.6㎞)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높은 건물이 없고 자연이 어우러진 역사순례길을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봄날, 걷는 이에게 함안이라는 품은 포근하고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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