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다섯가지 색으로 단청에 영혼을 불어 넣는 일정 ‘이욱’ 선생

이욱 선생의 ‘전통공예 그 아름다움에 반하다’ 展
청, 적, 황, 백, 흑 오방색 기본으로 개성 담아
35년 단청 인생, ‘한 우물’
승인2022.05.03l수정2022.05.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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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이욱 선생이 산청 동의보감촌 진출입 관문인 ‘동의문(정문)’ 단청을 채색하고 있다.


“전통은 과거의 유산이자 현재 삶 속의 가치”

 

 

 단청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기본으로 색을 배색해 간색을 만들어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한다. 

 건물의 천장, 기둥, 벽과 같은 건축의 가구부재에 여러 색깔로 문양과 그림을 그려 넣는 것과 조형품, 공예품, 석조 건축, 고분, 불화, 동굴 등에 채화하는 경우 등 회, 화의 개념을 통틀어서 말한다.

 다섯 가지 색의 환상의 무늬를 만들어 내는 이런 단청의 특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 산청 동의보감촌 보감문 단청.
 

 ◆ “다섯 가지 색의 화려한 무늬 감상하세요” 

 산청군은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승교육사 일정 이욱 선생의 ‘전통공예 그 아름다움에 반하다’전이 열린다고 밝혔다.

 이달 5일부터 10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단청의 청,적, 황, 백, 흑의 오방색을 기본색으로 배합한 작품과 함께 일정 선생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오복을 상징하는 5마리의 박쥐문과 명예의 상징인 청룡과 부를 상징하는 황룡을 담은 ‘영락도’와 구름에 둘러싸인 청룡과 황룡을 표현한 ‘운룡도’, 관료를 비웃는 의미를 가진 ‘까치호랑이’, 명예와 부를 상징하는 용의 얼굴을 그린 ‘귀면화’ 등 우리나라 전통 단청의 다양한 형태와 색채를 가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에 4번째 개인전을 여는 일정 선생은 산청 출신으로 지난 1988년 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기능보유자 홍점석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했다. 

 2008년 단청장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된 이래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2013년부터는 국립무형유산원 단청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내영도.
 

 최근에는 ‘단청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개인전과 기획전시, 연꽃 그리기 체험행사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 청룡과 황룡이 그려진 기와단청 작품 한 쌍을 산청 동의보감촌에 기증했고 동의보감촌의 진출입 관문인 ‘동의문(정문)’과 ‘보감문(후문)’의 단청을 그렸다.

 

 ◆ 전통을 이어가는 일정 이욱 

 일정 선생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미술 전공을 선택하고 경남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때가 지금의 일정 선생을 있게 해 준 큰 사건이다.

 1988년 1월 군대 전역 후 부산 금수선원의 사찰 단청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여기서 지금 스승인 홍점석 선생을 만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일정 선생은 “홍점석 선생님과의 인연이 아마도 평생 단청을 하라는 계시였던 것같다”며 “그때부터 선생님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 사찰을 누비고 다니며 지금까지 단청으로 한 우물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 운룡도.
 

 일정 선생이 스승과 함께 단청일을 시작한지 10년째 되던 해 홍점석 선생은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보유자가 된다.

 일정 선생은 그의 스승을 보며 더욱 단청작업에 매진했다.

 그는 “단청을 해야 할 곳이 대부분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산골 오지여서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다”며 “하지만 내손으로 그린 단청으로 대웅전이 아름답고 환해지는 것을 보며 느끼는 환희심이나 가슴 뿌듯한 경험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이자 보람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일정 선생의 자부심은 20년이 지난 2008년 인정받기 시작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의 전승교육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일정 선생은 “스승님을 따라다니면서 어느새 단청이 무엇인지 단청을 해야 할 건물은 어디인지 그곳에 어떤 단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며 “20년 동안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판 데 대해 국가에서 알아줬다고 여겨 참으로 기뻤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1년 연로한 스승 홍점석 선생은 건강상의 이유로 단청 현장을 다니기 어려워 부득이 명예보유자를 신청했다. 

 이때부터 일정 선생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 영락도.
 

 일정 선생은 “이제까지 스승님과 함께 작업하던 단청 현장을 오롯이 나 혼자의 몫으로 지키게 돼 어깨가 무거웠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와 후배들을 거느리고 길게는 몇 달간 짧아도 두 달여 기간 동안 단청 현장을 이끌고 책임을 져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퇴락하고 낡은 단청을 고쳐 그리거나 오래된 문화재의 단청을 모사하거나 새로 지은 건물을 장엄하기 위해 새로 단청을 하는 등 쉼 없이 해냈다”고 덧붙였다.

 일정 선생이 단청에 입문한지 어느 듯 35년이 됐다. 이제 일정 선생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그동안 스승님과 함께 해온 단청작업은 전통 건축의 현장에 맞게 단청을 그리는 것이었다”며 “물론 단청에 있어 현장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건물의 특성 때문에 단청의 표현에 제한을 받아 항상 부족함과 아쉬움을 함께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청 인생 35년을 뒤돌아보고 그동안 느꼈던 표현에 대한 아쉬움과 창작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며 “단청 현장 위주로 작품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창작에 몰두해 완성시키고 보니 구석구석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상상력이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듯이 부족한 점이 많아 부끄럽기까지 하다”며 “이러한 점을 딛고 일어서야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도약을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고 덧붙였다.

 또 일정 선생은 “스승님을 통해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무형의 기술을 배웠지만 그것은 과거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날까지 삶과 함께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이어갈 가치 있는 것이다”며 “이렇듯 전통은 과거로부터 전해진 문화유산이지만 현재 우리 삶 속에 가치를 이어가고 우리 삶 속에 묻어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이와 같은 전통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까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나의 몫일 것이다”며 “부족한 전시이지만 많은 애정과 관심으로 아낌없는 조언 바란다. 채찍질과 격려야말로 앞으로 계속 단청일에 매진할 수 있는 힘이자 원천이다”고 강조했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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